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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피해 가족을 위로 못한 가습기 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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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정치부 기자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 4일 조용히 활동을 마쳤다. 지난 7월 7일 가습기 특위가 출범한 지 90일 만이었다. 특위는 출범할 때만 해도 요란한 조명을 받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피해자 가족이 5년 넘게 겪어온 고통을 보상해줄 듯했다.

그 보상엔 금전뿐 아니라 정부와 살균제 제조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포함돼 있었다. 18명의 특위 소속 여야 의원이 피해자와 가족 입장에서 진상 규명, 피해 구제,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 나서주는 모습 자체가 위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위 활동이 끝난 뒤 피해자 가족들이 내린 평가는 특위 출범 때의 기대와 달랐다. 90일간의 가습기 특위 활동을 피해자 가족의 눈으로 요약하면 한마디로 이렇다. ‘여당은 의지가 약했고 야당은 노력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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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딸이 폐손상 피해를 본 강찬호(46)씨는 “그동안 국회에서 벌어진 여러 정파적인 사건 때문에 특위 활동의 동력이 약해진 것 같다”며 새누리당의 소극적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강씨는 “처음엔 정파성을 뛰어넘어 진상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 기대가 컸는데 정부가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문제를 축소시키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두 살 때 폐가 굳은 아들을 간호하고 있는 박기용(45)씨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우리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법안을 만드는 데는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야당 의석수가 훨씬 많은 유리한 지위를 다른 정치 논쟁에서만 활용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5년 전 임신 중인 부인을 잃은 안성우(39)씨도 특위 성과를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평가했다. 안씨는 “여당은 민생을 위한다면서 뭘 꺼리는 건지 모르겠다”며 “야당도 정부와 기업이 자료 제출 요구를 거절했을 때 더욱 적극적으로 자료를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위의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원인 규명이 일부 이뤄졌고,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옥시의 영국 본사를 방문해 최고경영자(CEO)의 사과를 받은 점은 미약하나마 가족들도 성과로 인정한다. 하지만 피해조사 신청자만 7600명에 이르는 사건에 대한 조사·구제 활동을 이 정도에서 끝내는 건 피해자와 그 가족의 바람과 다르다.

여야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덮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특위 연장, 환경노동위원회에 이관 등의 방법 중 하나를 택해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국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고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최선욱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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