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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칼럼D]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오스미 요시노리 - 기초과학의 전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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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생리의학상 앞면 [중앙포토]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일본 과학자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작년에는 3인 중 한 사람이였지만 이번에는 단독 수상이다. 그만큼 공로가 크다는 얘기다.

올해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는 오토파지(autophagy) 혹은 자가포식(自家捕食)이라 불리우는 분야를 개척한 사람이다. 오토파지란 원래 세포 내에서 불필요해진 물질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생각되었지만, 이제는 면역·노화 등 여러 현상에서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 파킨슨병,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음이 알려졌다.

1945년생인 요시노리는 도쿄대에서 대장균을 소재로 단백질 해독에 관련되는 과정을 연구하여 박사를 받고, “직장 얻기가 힘들어” 1974년 말 미국 록펠러 대학의 제랄드 에델만 교수 연구실에 포닥으로 갔다. 에델만 박사는 항체구조에 관한 연구로 1972년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다. 요시노리가 받은 첫 프로젝트는 쥐에서 체외수정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 적응하지 못해 헤매던 그는 1년 반 후에 효모의 DNA 복제를 분석하는 과제로 바꾼다. 효모는 빵이나 맥주를 만들 때 쓰이는 단세포 진핵생물이다. 여기서도 그는 변변한 성과를 못냈지만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관찰을 하게된다. 효모의 핵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액포를 쉽게 다량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액포는 쓰레기 처리장 정도로 생각되던 세포 안의 소(小)기관이다.

1977년 말 도쿄대 안라쿠 교수 연구실에 조교수로 들어간 요시노리는 효모의 액포를 모아 그 막에서 물질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밝힌다. (일본 과학계는 아직도 조교수가 정교수 밑에서 일하는 구조이다.) 세포 내 소기관에 있는 막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거의 모를 때였기에 그는 나름 흥미로운 논문을 낸다. 이 때 그는 액포가 아미노산과 같은 주요 생체물질을 활발하게 이동시키고, 세포 안의 이온이나 대사산물들의 항상성(homeostasis)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액포가 단순히 부산물 처리장이나 폐품 창고가 아니었던 것이다.

1988년, 43세의 나이로 부교수가 되면서 그는 처음으로 독립적으로 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그는 잘나가던 프로젝트를 모두 안라쿠 교수에게 주어버리고 자신만의 과제를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액포 내에서 무엇이, 어떻게 용해되는지를 전혀 모르고 관심을 가진 사람도 없을 때였다. 이미 액포 전문가였던 그는 곧 일반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을 통해 오토파지 현상을 처음으로 관찰한 사람이 된다. 효모는 유전학적 연구가 가능했기에 그는 특히 “굶주림” 상황에서의 오토파지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았는데, 1차 탐색에서 무려 15개나 발견하였다. 당시 그는 겨우 3명의 연구원과 일했지만, 다행히 효모의 모든 게놈 정보가 밝혀지면서 빠른 속도로 변이주들을 분석할 수 있었다. 15개 중 하나만 빼고는 전부 새로운 유전자였다. 효모를 사용하니 분석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후 국립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그는 식물과 포유류 동물에서도 오토파지 유전자가 있음을 알아내어, 이 시스템이 모든 생명체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밝힌다. 순식간에 오토파지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스스로를 평하여 그는 “나는 경쟁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분야보다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길 원했다”고 했다. 그랬다. 그는 1990년대에는 이미 한물 갔다고 생각되는 효모라는 단세포 진핵생물을, 거기에서도 비(非)인기 주제인 액포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의 발견은 모든 고등 생물계에 적용되며, 게다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시노리의 수상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효모와 같은 모델생물의 가치, 기초과학자의 자세, 그리고 연구주제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값진 교훈을 준다.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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