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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티켓'은 초대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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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자 중앙일보 29면

중앙일보는 4일자에 '프레스 티켓은 초대권이 아니다'(29면)란 취재일기를 게재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 이를 패러디한 글을 본지로 보내왔다. 본인의 동의를 얻어 이 글을 온라인에 소개한다.
 
‘답사 티켓’은 초대권이 아니다
초등 교원으로 일하고 있다. 교육 활동은 주로 교실에서 이루어지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무다. 초등학교는 현장학습을 떠나기 전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체험학습지에 사전답사를 다녀오도록 규정되어 있다. 근데 그 근본 취지가 제약을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발효된 김영란법 여파다.

우리 학교 5학년은 이번 가을 에버랜드로 현장학습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전 5학년 담당교사가 말을 전했다. 에버랜드에서 무상으로 제공했던 사전답사 입장료를 유료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현장 체험학습을 갈 때, 교사들은 관광버스 대절요금을 학생들과 똑같이 학교 경비로 지불한다. 이른바 N분의 1이다. 그렇게 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입장요금도 학생들과 똑같이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답사는 조금 달랐다. 답사는 사전에 연락을 하면 학생 안전을 위한 교육활동으로 봐 무상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교원의 놀이공원 답사가 교육 활동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도 직무관련성이 있기에 부정청탁에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왜 이런 혼선을 빚는 걸까. 초대권과 ‘사전 답사 티켓’을 헷갈렸기 때문이다. 만약 교원이 사전 답사를 빙자하여 외부인을 동반한다면 그건 ‘초대권’ 남발이다. 초대권이 생긴 이들은 즐기러 놀이공원에 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 지도를 위해 현장을 찾아 교육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한다면 그건 ‘답사 티켓’이다. 출입증을 받고 교육 활동을 위한 일을 하러 가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사전 답사 티켓’을 발급하면서 꼭 돈을 받아야 한다는 건 무리 아닌가.

외국에서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교사에 대한 존중이 강한 문화적 특성이 있다. 그런데 선생님한테 차 한잔 대접하는 것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고 동네방네 떠들면서 일과 직결된 사전 답사비마저 지불해야 한다면 김영란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

무상급식이 전면 실시된 이후 학교는 늘 예산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비가 줄줄 새고, 건물이 기울어지고, 변기에서 심한 악취가 나도 그걸 수선하기 위한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생색이 나지 않는 일에는 정치인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현장 체험 학습지를 사전 답사하는 비용까지 (다시 강조하거니와 현장학습 당일 입장료 면제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학교 경비로 지출해야 한다면 어이가 없다. 지나친 규제는 교육 활동 자체를 위축시킬지 모른다.

김영란법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김영란법이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해주리라 믿고 지지한다.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을 무작정 따를 순 없다. 무리한 유권해석은 김영란법 정착에 오히려 걸림돌이다.

초등학교의 경영자로서 떳떳하게 사전 답사 티켓 제공을 요청한다. 돈을 낼 경우 ‘초대권’임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고성욱 서울양전초등학교 교장
 
▶ 관련기사 [취재일기] 프레스 티켓은 초대권이 아니다

최민우 기자 choi.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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