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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 등 공무원이 기한내 처리 안 하면 자동 인허가

지방에 사는 김모씨는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군청에 건축 신고를 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군청 담당자는 김씨에게 건축계획 보완을 요구했고, 김씨는 서류를 다시 냈다. 이후 40여 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신고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출판사 창업을 준비하던 박모씨도 사무실을 마련해 구청에 개업 신고를 했다가 김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신고 처리 기한은 법적으로 10일. 10일이 지났는데도 구청으로부터 “개업 신고가 수리됐다”는 연락은 없었다. 박씨가 재차 문의했으나 “업무가 바쁘니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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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나 신고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이 당한다. 국무조정실과 법제처는 공무원의 이러한 소극적 업무 행태로 인한 민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허가 관련 66개 법률과 7개 대통령령에 이른바 ‘간주 규정’을 담아 5일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시행은 이르면 내년부터다. 간주란 행정기관이 법령에서 정한 기간 이내에 인허가 여부나 지연 사유를 통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인허가 등이 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간주 규정이 들어가는 인허가 는 옥외광고물 허가(연간 91만8000건), 산지전용 허가(연간 2만1000건) 등 36종이다. 신고제에선 출판사 개업, 교습소·개인 과외교습 신고, 농어촌민박사업 폐업, 건설기계 등록 말소에 관한 신고 등 155개가 해당된다. 관련 법령에 ‘신청일로부터 며칠 이내에 허가 여부 또는 처리 지연 사유를 통보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간이 끝난 날의 다음날에 허가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또 행정기관 간에 협의가 필요한 14개 인허가에도 비슷한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채굴계획 인가, 국제경기대회 시설 사업계획 승인 등이다. 간주 규정이 도입되는 인허가를 부처별로 보면 환경부가 12건, 국토부가 6건, 산림청이 4건 등이다. 같은 규정이 도입되는 신고는 국토부가 43건, 환경부가 26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6건, 농림축산식품부가 12건 등이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간주 규정 도입으로 인허가나 신고 처리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민원처리가 빨라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철 국조실 규제조정실장은 “규제개혁 차원에서 그간 인허가 일부를 신고제로 완화했으나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 법률을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전체 인허가 660건 중 1차로 200건을 심사했으며, 향후에 나머지 인허가로도 간주 규정 확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법예고와 관련해 김진국 배재대 기업컨설팅학과 교수는 “국가경쟁력의 근간은 기업에 있는데, 각종 인허가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필요한 인허가는 폐지해야 하지만 부득이 필요하다면 간주 제도 도입으로 처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주 규정 도입을 넘어서 이번 기회에 규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은 시민적 자유, 경제적 자유의 확대를 위해 극소수의 행위를 인허가 대상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인 데 반해 우리는 허용되는 행위를 법에서 규정하고 이외엔 못하게 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인허가 자체를 대폭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규제완화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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