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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양념게장 덕에 벨 칸토 발성 깨달았죠”

“오래 전 ‘라 보엠’ 공연 전날이었어요. 양념 게장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지 뭡니까. 밤새 토사곽란에 시달렸죠. 캐스팅 변경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대에 올랐습니다. 근데 그날 더 잘했어요. 힘이 빠지니까 소리가 잘 나더군요. 힘 안 들이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벨 칸토 발성이 이거구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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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음대 교수 등을 지낸 최장수 현역 테너 안형일 선생. “성악가에겐 일희일비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고수는 힘을 빼는 법을 알았다. 최장수 현역 테너 안형일(90) 선생 얘기다. 서울대 음대 교수, 국립오페라단장 등을 역임하며 수백 편의 오페라를 비롯해 각종 공연에 1000여 회 출연한 그다. 내년이면 오페라 첫 주역을 맡은 지 60년이다. 그가 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테너 안형일과 함께하는 골든보이스 콘서트’다. 안형일의 제자들이 중심이 돼 친목과 연구 발표를 목적으로 하는 성악 공동체인 골든보이스에서 12번째 여는 공연이다. 보통 70대면 정년인 여느 테너와 달리 구순 테너의 현역 무대라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공연에서 그는 토스티 ‘이상’, 프랑크 ‘생명의 양식’, 바리톤 공병우와 ‘라 보엠’ 중 이중창인 ‘미미는 돌아오지 않는다’ 세 곡을 부른다. 박성원·우태호·유충렬을 비롯해 제자들이 총출동하는 무대다. 박상현이 지휘하는 모스틀리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한다.

“이규도, 김성길, 박수길, 이렇게 세 명의 원로 성악가가 우정출연해요. 제자는 아니지만 제자 뻘인 후배들이죠. 생각도 안했는데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3일 서울 봉천동 자택에서 만난 그는 성악 공부가 쉽고도 어려운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 타고난 목청이 좋아서 잘 부르다가도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동안 한눈 팔지 않고 외길을 걸어왔다. 돈은 못 얻었지만 이름 석자를 얻었으니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4년, 48세의 나이에 로마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으로 늦깎이 유학을 갔다. 음악원에 한국인이 4~5명 있을 때다. 테너 김신환, 소프라노 김영미, 그리고 제자인 우태호도 수학 중이었다. 최근 오페라 본고장에서 이용훈, 강요셉 등 후배 테너들의 활약상을 보면 뿌듯함도 느낀다. “한국인이 원래 노래를 잘 합니다. 제2의 이탈리아라고 불렸잖아요. 기질도 비슷하고요. 앞으로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성악을 배우러 오는 일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겁니다.”

그는 성악가에게 중요한 두 가지로 발성과 몸 관리를 꼽았다. “바르게 발성의 방향을 잡은 가수들은 오래 갑니다. 욕심 때문에 안 맞는 배역을 부르면 성대결절도 생기죠. 힘 안들이고 편하게 내는 벨 칸토 발성을 택했습니다. 매사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았죠.”

몸 관리의 비결은 매일 가는 헬스클럽에 있다고 했다. 담배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잠을 많이 자는 것,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도 롱런의 비결로 꼽았다.

글=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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