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 빅토르 최. 28세로 요절했지만 러시아에서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중앙포토]
오늘 ‘기념사업회’ 창립 음악회
한국 찾은 아버지 로베르트 최
“그림 잘 그려 화가될 줄 알았는데
팬들, 한동안 아들의 죽음 안 믿어”
1980년대 격변 속에 놓인 구 소련 젊은이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던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 빅토르 최(1962~1990). 인기 절정의 순간 불의의 교통사고로 28세에 요절했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빅토르 최의 사후에 태어나 그를 본 적도 없는 현재의 20~30대 러시아 젊은이들도 그의 음악을 저장해 놓고 듣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묘지를 관리하는 팬클럽도 있다. 80년대 초반부터 빅토르 최와 함께 활동했던 그룹 알리싸는 현재도 러시아에서 인기가 많다. 이들은 콘서트 때마다 빅토르 최의 노래를 부르면서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빅토르 최 노래를 계속 부를 것이다.”
그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면서 한국과 러시아 간 유대도 돈독히 하기 위한 ‘한·러 빅토르 최 기념사업회’가 발족한다. ‘아관망명’(일명 아관파천) 120주년 한·러 학술세미나와 함께 ‘한·러 빅토르 최 기념사업회’ 창립 축하 음악회가 5일 오전 10시~오후 4시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31층에서 열린다.

빅토르 최의 부친 로베르트 최. ‘한·러 빅토르 최 기념사업회’ 창립에 맞춰 방한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빅토르가 어렸을 때는 그림을 잘 그려서 미술학교에 진학했으며 언제가 화가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는 얘기도 했다. 1982년 그룹 키노(KINO)를 결성할 때도 취미로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의 인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선 “세계 정치 상황이 바뀌어 가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변화’의 노래를 들으며 시대 변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코러스(KOR-RUS) 미래재단의 총괄회장은 러시아와 농수산물·광산물 관련 무역을 오래 해온 오킹 그룹 나정주 회장이 맡았다. 재단의 러시아 측 회장은 김영웅 국제고려인연합회 회장으로, 이날 ‘한·러 역사적 우호관계 재평가’란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극동연구소 한국학연구센터장도 방한해 ‘고종황제의 주관적 결단과 러시아의 정치적 대응’이란 글을 발표한다.
‘한·러 빅토르 최 기념사업회’는 코러스 미래재단의 핵심 사업이다. 정윤근 기획위원장은 “빅토르 최의 음악을 재조명해서 세계적으로 알리고 한국·러시아 문화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