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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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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 조병화(1921~2003),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중에서

매 학기 제자에게 읽어준 말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교단을 떠난 지 벌써 만 10년이 됐다. 40년6개월이란 서울대 최장기 교수 기록을 세운 게 어제 일과 같다. 제자 1만여 명을 키웠으니 그만 한 보람도 없을 것이다. 현역 교수 시절 매 학기 마지막 시간에 이 시를 학생들에게 읽어주었다. 첫 구절은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다. 한 학기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과 헤어지는 연습을 시로써 대신했다. 시에 표현된 것처럼 학생들의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이 시를 볼 때마다 제자들의 영롱한 눈빛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20년 선배인 조병화 시인과 오랜 교분을 나눴다. 시인이 타계하기 전 기업체 세미나나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 조 시인을 빠지지 않고 초청했다. 시는 물론 그림에도 능했던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듣는 시간을 과목으로 개설할 정도였다. 조 시인은 삶에서나 예술에서나 멋쟁이였다. 그의 ‘오산 인터체인지’ ‘안개로 가는 길’도 나의 애송시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이 우리들 모습이니 세상에 뭐 두려울 게 있겠는가.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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