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에 속았다”는 애널리스트
“기술력 여전” 매수의견 계속 유지
투자자 “주가 급락하는데…” 분통
전문가 “보고서 행간 읽고 판단을”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29분, 지난해 7월에 체결한 8500억원대의 기술(올무티닙)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이 이 통보를 받은 것은 전날 오후 7시 6분. 장 시작 전에 공시할 수 있었는데도 29분이나 늦춘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전날 장 마감 후에는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이라는 호재성 공시를 내보냈다. 이 공시만 믿고 30일 개장 직후 29분간 투자한 이들은 순식간에 20%가 넘는 손실을 보게 됐다. 한미약품 주가는 4일에도 7.28% 하락 마감했다. 이틀 새 주가는 62만원에서 47만1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애널리스트들이 4일 일제히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낮춘 건 계약 해지보다는 시장의 신뢰 훼손 때문이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재에 뒤따른 악재 공시, 더군다나 장 시작 직후라는 공시 시점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지난해 2분기 기술수출 계약에 잇따른 적자실적 발표로 주가 폭락사태를 낸 후 두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한미약품 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내놨던 현대증권은 하루 새 51만원(42%)을 깎은 71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투자의견은 여전히 ‘BUY(매수)’를 유지했다. 김태희 연구원은 “올무티닙의 임상 중단은 분명한 악재이지만 다른 1조~5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통상 증권사는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의 20% 정도 이상이면 매수 의견을 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보고서의 행간을 읽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