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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 ‘그들만의 리그’…공매도에 개인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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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한미약품 주가 그래프가 떠 있다. 한미약품은 늑장 공시 논란이 불거지며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도 전 거래일 대비 3만7000원 하락한 47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공시가 뜨자 상당수 기관은 즉각 공매도에 착수했다. 이 속도전에서 개인이 기관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 증권사 펀드매니저는 지난달 30일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날 나온 호재성 공시 덕에 64만9000원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서서히 주가가 내리기 시작했다. 62만6000원까지 떨어진 9시 29분. 이번엔 악재성 공시가 나왔다. 베링거인겔하임이 기술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는 패닉이었다. 단 10분만에 주가는 20% 가까이 빠졌다. 결국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18% 하락한 50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미약품의 공매도 수량은 10만4327주, 금액은 616억2000만원이었다. 한 주당 평균가격은 59만621원이다. 평균 단가가 종가보다 급락 직전 가격에 가깝다는 건 급락이 시작된 직후 공매도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만약 이 평균 가격에 공매도를 해 종가(50만8000원)에 다시 샀다면 대략 14%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외국인·기관 등은 공매도를 많이 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공매도는 엄연히 합법적인 투자 기법이다. 이를 활용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사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을 매도하는 ‘롱숏전략’은 이미 일반화됐다. 주가에 거품이 낀 경우 균형을 맞춰주고, 하락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은 억울하다. 공매도 전쟁에서 항상 소외돼서다. 개인도 공매도 계좌를 만들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만 있으면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이때 주식을 빌리려면 증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다 대주(貸株) 거래 물량은 대부분 기관끼리 주고 받는다.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아 리스크도 크다.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실행했던 그 10분 동안 개인 투자자는 손절매 타이밍조차 잡지 못하고 떨어야 했던 이유다.

상황이 이러니 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로 주가 상승을 억제해 개인투자자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 아래로 급락하자 그 해 10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켰다. 그러다 증시가 안정을 찾은 이듬해 6월 금융주를 제외하고 다시 공매도를 허용했다. 2011년에는 금융주 공매도 규제도 풀었다.

올해 다시 팔을 걷고 나섰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는 주원인으로 공매도가 꼽히면서다. 정부는 6월 30일부터 잔고 비율이 0.5% 이상이면 잔고 금액과 수량을 공시하도록 했다. 공매도 억제 효과를 기대했지만 지난 3개월간 큰 변화는 없었다.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7조6400억원(6월 30일)에서 7조3100억원(9월 27일)으로 소폭 줄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은 2조9800억 원에서 3조1300억 원으로 도리어 늘었다. 박창호 공매도제도개선모임 대표는 “ 공매도 투자를 많이 하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얼마나 어떻게 공매도를 하는지는 공시제 시행 이후에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공매도 투자 기간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4일 밝혔다. 공매도 최장 투자 기간을 60일로 못박는 게 핵심이다. 이 기간 내에 매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상환된다. 현재는 기간 제한이 없다.

하지만 공매도 억제론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 “60일로 제한한다고 해서 총량이 줄어들진 않는다”며 “기간을 정해두는 건 업계의 정당한 투자 전략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는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투자 기법”이라며 “한국만 규제를 하면 외국인 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글=장원석·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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