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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멋 좀 아는 식객의 맛집 재발견 ③ “이건 뭐지? 아주 다른 삼치 구이”

| 맛은 골목 안에 있더라

모델 이현이의 ‘한신 VIP 일번지 포차
“이건 뭐지? 아주 다른 삼치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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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토박이 남편이 15년 동안 다닌 곳
정직함 드러나는 오픈 키친, 재료도 싱싱
가수 김건모 등 단골, 연예인들 자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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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결혼 후 신혼집을 서초동에 마련하고 남부순환로를 지나다니면서 ‘한신 VIP 일번치 포차’라는 간판을 처음 봤다. 좋은 단어는 다 갖다 붙인, 하지만 좋다기보다는 좀 웃기는 이름이라는 느낌에 혼자 피식 웃었다. 당연히 맛도 그저 그럴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어느날 서초동 토박이인 남편과 함께 그 앞을 지나는데 남편이 “저기 엄청 맛있어”라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언제 가봤느냐”고 물었더니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대학생일 때부터 여길 다녔다고 말을 한다. 그럼 무려 15년? 내 놀라는 모습에 남편은 “생긴 지 3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면서 “여기, 아주 유명한 우리 동네 맛집”이라고 자랑을 한다. “그럼 다음에 한번 같이 가보자~” 했는데, 오히려 집 근처라는 이유로 주말 외식을 위한 ‘핫 스팟’에서 제외한채 한참을 멀리 멀리 맛집 탐방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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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맛집답게 가수 김건모 등 이곳 단골인 셀레브리티들의 사인이 벽에 가득하다.김경록 기자

그러다가 어느날 남편이 “친구 모임을 한신 VIP 일번지 포차에서 하는데 와서 밥만 먹고 가라”며 부르길래 속으로는 ‘아니 무슨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으라고 사람을 불러’라고 생각하면서 떨떠름한 기분으로 처음 이곳을 찾았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엄청난 크기의 주방이었다. 전체 홀의 절반을 주방이 차지하고 있고 칸막이 하나 없는 완전한 오픈 키친이었다. 뭐든 설명하기 좋아하는 남편은 자기만 아는 맛집에 내가 드디어 왔다는 게 그렇게 신이 나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봐라, 얼마나 자신 있으면 저렇게 키친을 다 오픈하고 조리를 하겠냐. 봐라, 수조에 있는 해산물이 전부 저렇게 싱싱하다. 봐라, 이집은 조미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봐라, 여기는 연예인도 엄청 많이 오는 집이다. 봐라, 저렇게 룸이 있어서 모임도 할 수 있다. 봐라, 내가 원래 생선구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집 삼치구이는 정말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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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이현이씨가 이집 최고의 메뉴로 꼽은 삼치구이. 김경록 기자


건성건성 “응응” 대답을 하면서 메뉴를 쭉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참소라데침이 보였다. 메뉴를 가리키며 “이거 맛있어?”라고 물으니 남편은 또 엄지를 척 들어올리며 “이거 때문에 너 보고 여기서 밥 먹고 가라고 한 거야”라고 말한다. 남편 강추 삼치구이와 내가 좋아하는 참소라데침을 시켰다. 먼저 나온 건 삼치구이. 포장마차에서 쓰는 가장 큰 플라스틱 접시를 가득 채우고도 앞뒤로 걸쳐질만큼 엄청 큰 생선이 나왔다. 세상에, 이게 삼치? 살면서 그렇게 큰 삼치는 처음 봤다. 일단 크기에 놀랐는데 남편은 마치 여기 알바생처럼 삼치 꼬리뼈부터 등뼈를 쭉 들어 발라내더니 젓가락으로 하얀 살을 듬뿍 들어 먹어보라고 권했다. 삼치 하나 갖고 웬 호들갑을 이리 떠나, 하면서 한 입 먹었는데. “어?”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 나왔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 본 삼치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폭신폭신하면서도 촉촉하고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마치 이 삼치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그런 맛이었다. 삼치 살을 입에 넣는 그 순간 내가 지금 남부순환로 포장마차에 앉아있는지, 지중해 연안 어부의 아내가 하는 작은 레스토랑에 앉아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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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이현이씨가 이집 최고의 메뉴로 꼽은 참소라 데침. 김경록 기자


삼치구이를 맛보고 나자 참소라데침 맛이 무척 궁금해졌다. 참소라데침의 맛은 말 그대로 참소라였다. 좋은 재료를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통통한 소라의 정직한 맛 말이다. 심심하게 느껴지는 듯 했으나 어느새 나혼자 두 접시를 비웠다. 솔직히 더 먹고 싶었지만 같은 메뉴를 세 접시 주문하는 건 지나친 것 같아서 사장님한테 이번엔 ‘소라무침’을 달라고 했더니, “에이 소라데침이 더 나아~ “라고 한다. 양념범벅으로 원재료의 부실함을 덮는 곳도 많은데 그걸 마다하는 사장님의 강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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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키친이 넓직한 ‘한신 VIP 일번지 포차’의 외관. 김경록 기자

남편과의 첫 방문 뒤로, 한번은 여자친구끼리 가서 알탕을 먹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살다살다 그렇게 큰 알은 처음 봤다. 커다란 전골냄비에서 알탕을 팔팔 끓여 각자 앞접시에 알을 덜어주는데, 명태알 크기가 얼마나 큰지 덜어주는 나도 받는 친구도 약간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 일단 재료는 확실히 훌륭해”하면서 국물 맛을 보는데 앗, 이건 내가 기대한 그런 짜고 맵고 자극적인 알탕이 아니었다. 엠티 가서 새벽에 술안주로 끓여먹던 냉동알탕의 국물 맛이 아니라 엄마가 좋은 재료 사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푹 끓여준 깊은 맛이었다. 끝맛이 확실히 개운했다. 엄마가 만든 것 같은 메뉴를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바로 계란말이다. 채소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해주는 것 같은 건강한 맛의 계란말이. 그래서인지 동네주민들은 이곳에 아이들과 함께 오면 계란말이를 시켜준다. 술안주다운 자극적인 맛을 원하면 케챱을 듬뿍 찍어먹면 된다. 한신 VIP 일번지 포차를 방문한 날은 귀가 후 물을 계속 들이키는 적이 없다. 보통 조미료가 많이 첨가된 안주를 먹으면 입이 텁텁해서 밤새 물을 찾기 마련인데 이곳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렇게 하나하나 메뉴 설명을 하다간 한신 VIP 일번지 포차라는 단행본을 낼 판이다. 맛이 궁금하지 않은가? 한번 가보시길.

 
한신 VIP 일번지 포차
●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424-8 (남부순환로 271)
● 전화 : 02-585-8115
● 영업시간 : 오후4시~다음날 오전 4시30분(연중무휴)
● 주차 : 발렛 가능
● 메뉴 : 삼치구이(1만5000원), 참소라데침(2만원), 소라무침(2만2000원), 알탕(1만5000원), 계란말이(1만2000원)
● 드링크 : 생맥주(한잔 4000원), 병맥주·소주(각 4000원)


 
이주의 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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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모델. 경제학과를 나와 은행원이 될 줄 알았는데 2005년 이화여대 재학 시절 슈퍼모델대회에서 입상하며 행로를 전향했다. 세계 4대 패션위크를 거친 뒤 한국에 안착,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남자와 결혼한 후 ‘유부녀 모델’로 주가를 높인 특이 사례. 한때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했고, 지금은 예능 방송인으로 활약 중이다.
자랑질과 허세가 난무하는 인증샷 시대다. 지금 이 순간도 SNS엔 끊임없이 일상을 자랑하는 포스팅이 올라온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2010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SNS에 올라온 인증샷을 분석했더니 맛집(4만 6017건)이 여행(11만 8632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경험’을 자랑하는 포스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디 가서 먹고 노는 걸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잠깐. 이렇게 남에게 과시하려는 노출 욕망은 결국 다른 이의 삶을 훔쳐보려는 관음적 욕망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맛집이야말로 그렇다. 입맛은 정말 제각각인데 남들이 어디서 뭘 먹는지에 유별난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맛 자체보다는 타인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궁금해서일지도 모른다.
오늘(10월 5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멋 좀 아는 식객의 맛집 재발견’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새로운 유형의 맛집 소개 시리즈다. 각 분야에서 나름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멋스런 삶을 사는 8인의 명사들이 각각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달에 한 번 본인이 즐겨 찾는 맛집을 소개한다. 이번 주엔 패션 디자이너 요니 P와 정신과전문의 윤대현(서울대) 교수, 모델 이현이, 셰프 스테파노 디 살보가 본인의 개성은 물론 직업적 특성까지 드러낸 독특한 맛집 칼럼을 보내왔다.
의도치 않게 이들의 추천 맛집 리스트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외식문화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첫 회에 등장하는 맛집 4곳 중 2곳이 각각 이탈리아와 남아공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이처럼 다양한 미식을 선보일 수 있는 도시라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안혜리 부장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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