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펜폴즈 와이너리의 와인메이커 킴 슈로터가 ‘야타나 샤도네이 2006’을 시음하고 있다. 슈로터는 10여 년 전 레드에서 화이트 와인메이커로 옮긴 후 펜폴즈 화이트와인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김경록 기자
기존엔 쉬라즈가 호주와인을 대표
샤도네이 품종으로 세계적 반열에
2015 ‘올해의 화이트와인메이커’ 선정
- 17살에 와인업에 뛰어들었다. 원래 와인을 좋아했나.
- “15살 전후로 맛을 본 건 사실이다. 하하. 법적으로 허용된 음주 연령은 아니었지만(※호주에선 주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18세 이상) 집안이 워낙 와인과 밀접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각각 펜폴즈 와인메이커로 30년 이상 일했다. 나는 4형제인데 맏형이 먼저 펜폴즈에 들어갔다. 펜폴즈는 학력을 따지지 않고 도제식으로 일을 가르친다. 내 선임도 고졸로 입사해 38년간 일했다. 와인 메이킹에선 현장에서 더 많이 맛보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 펜폴즈에 대해 설명한다면.
- “호주 와인의 역사는 ‘펜폴즈 그랜지’ 전과 후로 나뉜다. 호주의 와인 생산은 1788년 시드니 초기 정착민이 포도를 재배하면서 시작됐지만 1940년대까지만 해도 강화와인(일반 와인에 알코올 등을 첨가해 도수를 18% 이상으로 높인 와인) 위주였고 내수용이었다. 그런데 쉬라즈(Shiraz) 품종을 현대 기술로 빚어낸 1950년대산 펜폴즈 그랜지가 유명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극찬을 받으면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펜폴즈는 영국에서 이주해온 의사 크리스토퍼 로손 펜폴즈가 1844년 설립했다. 원래는 의학적 용도로 강화와인을 생산하던 곳이다. 1948년부터 이곳 수석 와인메이커로 활약한 맥스 슈버트(1915~94)가 펜폴즈 그랜지를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올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 쉬라즈 품종이 호주에서 특히 강세인 이유는 뭔가.
“쉬라즈는 프랑스 론 지방의 시라 품종을 들여온 것이지만 테루아(프랑스어로 와인을 재배하기 위한 제반 자연조건을 총칭하는 말)가 달라서 지금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낸다. 내 생각엔 쉬라즈가 호주의 뜨거운 태양과 비옥한 토양에 잘 맞는 것 같다. 진하고 활기찬 베리 맛에다 매력적인 아로마, 묵직함(full body)이 특징이다. 펜폴즈 그랜지가 성공하면서 쉬라즈가 더 확산된 측면도 있다. 수십년간 경험을 통해 호주 와이너리는 좋은 포도밭 와인들을 적합하게 블렌딩(blending)해서 최적의 쉬라즈 와인을 뽑아내는 기술을 터득했다.”
※호주 65개 와인 산지에 분포한 2500개 와이너리에선 쉬라즈, 카버네 소비뇽, 샤도네이 등 100여 개 품종을 재배한다. 이 중 쉬라즈가 전체 포도 식재량의 30%, 적포도 식재량의 46%에 이른다.
- 한국에서도 쉬라즈 와인은 꽤 인기다. 한국 음식과 잘 맞아서일까.
- “한국음식을 제대로 접한 적이 없지만 바비큐(삼겹살 등 구이)를 즐기고 매운 음식이 많다고 들었다. 쉬라즈의 후추 향과 꽉 찬 묵직함이 이런 음식과 잘 어우러질 거라 본다. 맛있는 음식과 맛있는 와인은 언제나 잘 어울린다.”
- 원래 펜폴즈는 레드가 더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당신은 원래 레드 와인메이커로 10년간 일했다. 왜 화이트로 바꿨나.
- “2003년 레드에서 화이트로 옮겨가란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정말 싫었다. 내가 잘 아는 걸 두고 모르는 것을 하라니. 하지만 돌아보니 잘 한 결정이다. 당시 펜폴즈의 레드 와인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화이트의 명성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도전적인 일이었지만 난 금세 샤도네이의 매력에 빠졌다. 내가 화이트팀 책임자로 처음 생산한 ‘야타나 샤도네이 2009’를 세상에 내놨을 때, 사람들이 ‘그랜지의 화이트 버전이 나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리저브 빈 샤도네이 2009’는 2011년 IWC에서 프랑스 부르고뉴산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 화이트와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젠 레드로 되돌아갈 생각이 조금도 없다.”
- 와인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너무 다양한 품종·산지·빈티지(생산연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 “처음엔 그냥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 넓어지면 ‘교육’이 필요하다. 많이 알수록 비교하고 즐기는 재미가 있다. 다양성이 있다는 건 인생이 그만큼 더 다양하고 흥미진진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