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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창고] 3년 기다렸어요, 다시 보는 ‘현의 여제’

클래식 바이올린 대세 율리아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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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음색으로 인정받는 차세대 클래식 수퍼스타 율리아 피셔. [사진 빈체로 ⓒDecca_Felix Broede]

오래 기다렸던 공연이 기대 이상이라면 금상첨화 아닐까. 2013년 10월 30일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의 첫 내한공연이 그랬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미하엘 잔데를링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필과의 협연이었다. 브람스 협주곡을 손아귀에 쥔 것처럼 완벽하게 해석해내는 피셔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공연 뒤 기획사에는 율리아 피셔의 독주회를 보고 싶다는 요청이 빗발쳤다 한다. 드디어 3년 만에 성사됐다. 피셔의 첫 내한 리사이틀이다.

10월 21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내한 독주회 프로그램은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소나티나 Op.100,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티나 D384,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 Op.108이다. 피부에 닿는 소슬한 바람처럼 가을에 귀에 잘 들어오는 명곡들이다.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피셔는 “한국의 아름다운 연주홀과 따뜻하고 열성적이었던 관객들을 잊을 수 없다. 음악에 집중해 감상하는 청중의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한국의 첫인상을 얘기했다.

이번 독주회에는 피아니스트 마르틴 헬름헨(34)이 동행한다.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빈 필 등 유수한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첼리스트 하인리히 쉬프,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클라리넷의 자비네 마이어 등과 실내악 무대를 가졌다.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를 사사중이다.

“마르틴과 저는 몇 년 전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레퍼토리 전곡을 녹음했습니다. 마르틴은 슈베르트 곡을 아주 잘 표현하죠. 베토벤·슈베르트·모차르트·슈만 같은 독일-오스트리아계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그와 함께 연주하는 건 즐겁습니다. 그래서 브람스를 이번 프로그램에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드보르자크 소나티나는 슈베르트 소나티나와 잘 어울리기에 선곡했습니다.”

피셔는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인 수학자, 어머니는 슬로바키아 출신 피아니스트였다. 3세 때부터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다가 바이올린으로 바꿨다. 오빠도 피아노를 연주했기에 “너는 다른 악기를 배워보는 것이 어떠냐”는 어머니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 모차르트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고, 뮌헨 음악원에서 아나 추마첸코를 사사했다.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리사 바티아쉬빌리, 김수연, 최예은, 크리스텔 리 등을 키워낸 명교수다. 추마첸코는 예후디 메뉴인과 더불어 피셔가 가장 첫손에 꼽는 옛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다.

1995년 11세의 나이로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에서 우승을 비롯해 총 8개 콩쿠르에서 우승이나 입상하는 등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피셔의 연주를 들어본 이라면 ‘바이올린 톤이 경이롭다. 완벽에 가까운 균형미, 명확하고 섬세한 프레이징, 세련된 감정 표현. 사람으로 치면 이목구비의 비율이 완벽한 미인’이란 연주평에 동의할 것이다. 독일차 같은 견고한 메커니즘으로 튼튼하고 균형 잡힌 음악을 만든다.

율리아 피셔는 네덜란드의 재닌 얀센(38), 미국의 힐러리 한(36)과 더불어 2010년대 여성 바이올린 트로이카로 손꼽힌다. 독일의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를 대표하기 때문인지 피셔는 게오르크 쿨렌캄프에서 안네 소피 무터에 이르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의 계보를 잇는다는 얘길 듣는다. 그러나 피셔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단 저의 스승이신 아나 추마첸코가 독일분이 아니셨습니다(추마첸코는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독일 혈통을 가지고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오히려 저의 피아노 선생님이신 안스가 얀케(Ansgar Janke)가 독일 출신인데 그로부터 독일 작곡가들에 대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명료한 발음), 정확도와 템포 선택 부분을 많이 가르쳐주셨습니다. 슬로바키아 출신인 어머니는 체코와 소련의 음악 교육을 받으셨어요. 저를 가르쳐주신 두 번째 바이올린 선생님이신 리디아 두브로브스카야(Lydia Dubrowskaya)도 독일 출신이 아니죠.”

바이올린으로 전향한지 오래지만 피아노 솜씨도 웬만한 피아니스트를 능가한다. 지난 2008년 1월 1일 알테 오퍼에서 열린 마티아스 핀처 지휘, 융에 도이치 필의 신년음악회는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피셔는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에게도 난곡인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도 연주했다. 피셔는 요즘도 집에서 피아노를 자주 친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로서 콘서트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주로 실내악 연주죠. 저는 연습할 때든 무대에서 연주할 때든 피아노 연주를 좋아합니다. 바이올린은 피아노보다 다성부를 표현하기 힘들어 아쉽기도 해요.”

2004년 이후 네덜란드 펜타톤에서 발매한 피셔의 음반은 빼어난 연주와 좋은 음질로 수집가들의 표적이었다. 현재는 데카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있다.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녹음한 2009년 바흐 협주곡 앨범은 미국 아이튠스 클래식 장르에서 단기간 내 최다판매 앨범이 됐다. 데이비드 진먼이 지휘한 톤할레 취리히 오케스트라와 브루흐&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피셔는 마치 꽃잎 속에 숨어있는 꽃잎을 보듯 다채로운 음색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밀라나 체르냐프스카와 함께 작업한 사라사테 앨범은 스페인풍 절묘한 프레이징이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율리아 피셔의 첫 독주회는 나날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21세기 세계 바이올린의 대세를 목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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