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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서울 휘문고 1학년 박상하군 "백지에 내용 요약해 자습 마무리…수학은 같은 범위 세 번 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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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은 자습을 할 때 연습장을 펼쳐놓지 않는다. 교재를 죽 읽으며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하는 게 전부다. 하나하나 개념을 외우는 것보다 전체 흐름과 맥락을 짚는 것에 집중하는 박군의 공부법이다.

지난달 27일, 9월 수능 모의고사 성적표가 배포됐다. 휘문고 1학년 박상하군이 받은 성적표에는 전과목 1등급, 100점이 찍혀 있었다. 박군은 이 학교 1~3학년 통틀어 유일한 만점자다.

빽빽한 필기보다 전체 흐름 짚기 중요
매주 일요일에 다음주 공부계획 세워
평소 시험시간에 맞춰 문제풀기 훈련

박군은 “중간·기말고사 등 내신 시험에서는 전교 5~10등을 오가는 수준”이라며 “이번에 성적이 특이하게 잘 나온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박군은 “소소한 내용까지 모조리 암기해야 하는 내신 시험보다, 주요 개념을 흐름에 맞게 이해하는 게 중요한 모의고사가 편하다”
고 말했다. 자신의 성적 관리법을 ‘스토리텔링 공부법’이라 소개한 박군의 노하우를 들었다.

박군의 교과서에는 공부한 흔적이 별로 없다. 간간히 밑줄 그은 내용과 형광펜으로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띌 뿐, 필기한 내용이 거의 없다. 문제집도 마찬가지다. 여느 우등생들은 문제집 한권을 대여섯 차례씩 풀고, 반복해 틀린 문제 옆에는 틀린 이유도 꼼꼼히 메모해놓곤 한다. 박군의 문제집에는 별다른 표식이 없다. 그는 “원래 필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자습을 할 때도 적는 것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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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이 자습 후에 공부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 주요 단어를 반복해 적으며 암기하기보다는 전체 흐름을 연상할 수 있는 공부법을 선호한다.

박군이 자습하는 모습은 이렇다. 그날 배운 과목의 교과서를 한번씩 훑어보며 중요한 내용에 형광펜을 긋는 걸로 복습은 간단히 마친다.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세운 계획에 맞춰 문제집을 풀고 개념서를 읽어나간다. 대다수 학생들이 자습할 때처럼 연습장에 잘 외워지지 않는 내용을 반복해 적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한 과목 공부를 마무리할 때마다 백지를 꺼내놓고 전체 내용을 요약해본다. 단순히 암기한 걸 떠올려 적는 게 아니라, 전체 맥락과 흐름을 짚어보는 거다.

박군은 “자습하면서 공부한 걸 외운다고 생각하면, 소소한 내용에 집착해 오히려 전체 흐름을 놓치게 된다”며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단서가 되는 개념들만 숙지하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도, 단서 하나만 떠올리면 전체 내용을 기억해내기 쉽다”고 설명했다.

과학·사회처럼 암기와 이해가 동시에 필요한 과목을 잘하는 이유다. 이 방법을 박군은 ‘스토리텔링 공부법’이라 부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활용한 이 공부법은 박군의 어머니 김수미(43)씨가 알려줬다. 김씨는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준 내용도 노트에 제대로 옮겨적기 힘들어하고,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아 마인드맵같은 연상법을 토대로 공부할 수 있게 설명해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공부 방법을 몰라 헤매던 박군은 초3 때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꾸준히 공부한 덕에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슬럼프를 겪은 적도 있었다. 중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를 치를 때다. 박군은 “처음으로 시간에 쫓기며 시험을 치렀다. 긴장감에 문제를 다 풀지도 못했다”고 기억했다. 초등학교 때까지 과목당 한두 문제 틀리던 박군의 성적은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이때 공부 방법을 바꿨다.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한정없이 고민하기보다는, 정확히 시간에 맞춰 목표한 분량을 끝내는 방식을 택했다. 수학의 경우 시험 시간이 50분이고 25문제 정도 출제된다면, 평소 공부할 때 45분만에 25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있게 훈련한 거다. 박군은 “중2 때까지 꾸준히 이렇게 공부해 그 뒤부터는 수학은 95점 이상 꾸준히 받았다”고 말했다.

박군이 가장 자신있는 과목은 수학이다. 박군은 수학 오답 노트를 꼼꼼하게 작성한다. 같은 범위를 최소 세 차례 정도 반복해 푼다. 처음 풀 때 틀렸던 문제를 오답노트에 옮겨적고 반복해 풀며 모르는 내용을 숙지하고 실수를 줄여나간다. 세번째 풀 때는 잘 몰랐던 개념을 찾아 읽으며 마무리하는 식이다.

고난도 문제에 대한 점검도 신경쓴다. 박군은 “최근 모의고사 경향이 30문제 중 26문제는 기본적인 수준이라 쉽고 풀리고, 고난도 4문제를 푸는 데 시험 시간의 절반 이상을 쏟아야 할 정도”라며 “모의고사 문제를 풀 때는 시간을 엄수하기보다는 한 문제에 숨어 있는 여러 개념을 낱낱이 찾아내 차근차근 풀이 과정을 익혀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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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계획은 일주일 분량을 한꺼번에 세운다. 매주 일요일 저녁, 공부를 마치면서 일주일치 학습량을 확인하고 다음주 계획을 짜놓는다. 이때 정한 일주일 학습량을 채우기 위해 매일 어느 정도 분량을 공부해야 하는지 가늠해본 다음, 하루 공부할 양을 정하는 식이다. 간혹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날도 목표한 분량은 반드시 달성한 다음 휴식을 취하는 게 박군의 원칙이다. “정한 양을 다 못하거나, 머릿속에 쏙쏙 입력되지 않더라도 아예 공부를 미뤄두는 건 마음이 편하지 않아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성적을 향상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수업에 집중하기’를 꼽았다. 박군은 “수업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자습할 때 10배로 노력해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졸릴 때는 교실 뒤로 나가 서 있더라도 교사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데 집중한다. 하루 수업을 마친 뒤에 하루도 빼지 않고 복습을 하는 것도 수업 내용을 기억 속에 오래 남기기 위해서다. 박군은 “자습 시작하자마자 그날 배운 걸 한번 훑어보기만 해도, 시험에 닥쳐 내용을 떠올리기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무던하고 기복없는 성격도 성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박군은 “매일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한참 대화를 나누는데, 이 시간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박군이 시험을 망치거나 성적이 떨어져도 야단친 적이 없다. 박군은 “내가 실망해서 투덜거리면 오히려 엄마가 ‘네가 열심히 했으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경험이라고 생각하라’고 격려해주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평소에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결과가 다소 안좋더라도 그걸로 혼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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