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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회의장 관용차에 붙은 백화점 VIP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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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논설위원

국회의장은 두 가지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높은 도덕적 품격과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다. 높은 품격은 의장이 입법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대법원장과 함께 국회의장은 3부(府) 요인이다. 국가 의전서열 2위다. 정치적 중립성은 국회법에 명백히 규정돼 있다. 의장이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건 중립성 때문이다.

 국회의장의 그런 위상이 위기에 처했다. 정세균 의장은 한 달 새 두 번이나 편향성 논란으로 국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격’ 문제가 불거졌다. 부인의 관용차에 최고급 백화점 VIP카드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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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 부인은 국회 내규에 따라 관용차를 배정받는다. 차량은 제네시스 eq900이다. 가장 비싼 건 1억원이 넘는 최고급 세단이다. 운전기사는 국회 직원이다. 자스민 카드는 현대백화점 VIP카드 세 종류 중 최고급이다. 이 카드를 받으려면 연간 3500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한다. 카드가 있으면 주차대행(valet parking)과 전용 라운지 같은 고급 서비스를 받는다.

 정 의장은 신고 재산이 34억원이다. 그러니 부인이 백화점 VIP카드 고객이라고 해서 이상할 일은 없다. 물론 세속적인 논란의 여지는 있다. 정 의장은 선거 때마다 재래시장을 돌며 서민형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데 정작 부인은 고급 백화점 고급 고객이니 어떤 유권자는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1차로 지역구 주민들이 생각할 일이다.

 문제는 그 핑크색 카드가 관용차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왜 의장 부인에게 1억원짜리 차량을 제공하는 걸까. 당연히 공무(公務)와 관련된 일에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것이다. 아니 고급 백화점 최고급 회원카드 이용이 공무인가. 공무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나. 급하게 쇼핑할 게 있어 부득이하게 관용차로 한두 번 백화점에 가는 건 있을 수 있다 하자. 1년에 수천만원을 구매해야 하는 VIP카드는 그게 아니질 않나. 국가원수에 버금가는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관용차에 버젓이 고급 고객카드를 붙이고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간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나. 주차장에서 일하는 대학생 알바생이 국회의장 관용차라는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만약 이런 일이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에게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국무총리 부인이 관용차에 VIP카드를 붙이고 고급 백화점을 드나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야당과 반대 세력은 대통령과 정권을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VIP카드로 서민 가슴을 후벼 파는 귀족정권”이라고 공격할 것이다. 총리는 사과문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과를 해도 질타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야당은 총리에게 호통칠 것이다. 그리고 증인을 요구할 것이다. 백화점 사장, 공관 경비반장 그리고 운전기사를 부르자고 할 것이다. 정말로 1년에 3500만원 이상을 사서 VIP카드를 주었는지, 구매실적이 없는데 총리 부인이어서 특혜로 준 건지, 김영란법 위반은 아닌지, 부인이 관용차로 얼마나 자주 백화점에 갔는지, 다른 가족이 ‘자스민 클럽 관용차’를 이용한 건 없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 다수 세력이다. 그들은 임명된 지 보름도 안 되는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온갖 혐의를 씌워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김 장관 의혹은 청문회에서 거의 해명된 것이다.

   그와 집주인 사이에 로비 의혹이 있어 김 장관이 싸게 전세로 살았다고 야당은 주장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김 장관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집에 채권 저당이 많아 그 정도 전세금은 싼 게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다. 특혜 대출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야당은 ‘황제전세’ ‘특혜대출’이라며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였다.

 청문회에서 어떤 더민주 의원은 김 장관의 아파트 규모를 공격했다. “공직자가 왜 90평 아파트에 사느냐”는 거였다. 한때 집값이 싸던 시절 김 장관은 변두리 용인에 있는 그 아파트를 샀다. 아들의 미술 작업실을 위해 큰 집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금 김 장관의 재산은 9억원이다. 그런데 14억원 재산의 야당 의원이 김 장관을 부도덕한 ‘90평 공직자’로 매도했다. 국민이 보지 않는 장막 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들이 거칠게 내세웠던 도덕 잣대의 절반이라도 야당은 정 의장에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정 의장 부부는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해외 방문을 떠났다. 한남동 의장 공관은 대저택이다. 그러나 집주인이 비워도 그곳은 썰렁하지 않을 것이다. 자스민 향기가 정원을 가득 메울 테니까.

김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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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