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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훙샹 기업홍보 자료엔 “북한 정부 소속 기업이 고객”

미국 정부는 2009년 8월 북한 조선광선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북한 은행의 중국 내 계좌 개설 및 외화 송수신 업무를 맡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을 대는 데 기여한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자국인·외국인을 막론하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기관·개인과의 달러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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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의 훙샹 공소장

하지만 미 법무부의 공소장과 민사소송 소장에 따르면 훙샹(鴻祥)산업개발과 북한이 어떻게 이를 피해왔는지 상세히 나타나 있다. 소장은 “훙샹은 중국 은행 계좌를 개설해 조선광선은행으로부터 달러를 받아 세탁했다”고 설명했다. 훙샹이 조선광선은행과의 거래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는 22개이며, 이 중 5개 자회사와 훙샹이 중국 은행 12곳에 25개의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해당 계좌에서 2009~2015년 1억1000만 달러를 거래했다.

훙샹의 자회사 22곳 대표는 마샤오훙(馬曉紅·여·45) 회장의 친척·친구·측근 등이 맡았다. 홍콩에 세운 자회사 13개 중 11개는 사무실 주소가 같았다. 올 6월 사법기관 관계자가 해당 사무실을 방문한 결과 훙샹과는 관계없는 회사가 해당 사무실에 입주해 있었다고 한다.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자회사 4개 중 2개의 주소가 같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대동신용은행의 자회사도 같은 주소로 등록돼 있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09년 12월 주중 북한대사관 상무참사관은 훙샹에 보낸 ‘긴급 e메일’에 정제설탕 수입 계약 관련 사항을 담았다. “계약은 북한 A사와 캐나다 B사 간에 이뤄진다. 조선광선은행이 지급 보증을 하며 685만 달러 지불에 동의한다”며 조선광선은행을 ‘제3자 지불인’이라고 적시했다. 북한 A사가 제재 대상이 아니란 점을 이용해 훙샹이 정상 거래로 위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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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훙샹그룹 소개 프레젠테이션 자료(2012년 2월)에서 훙샹은 그룹의 고객을 ‘물품과 장비 대량 구매를 관리하는 북한 정부 연계기업, 구매 주문을 위해 중국에 상주하는 북한 기업 대표들’로 명시했다. 또 “훙샹은 평양 정부 소속(subsidiary) 기업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기준 훙샹의 대북 무역량은 2억5000만 달러이며 이는 중국의 대북 무역량 전체의 20% 이상이라고도 소개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따르면 훙샹은 스스로 ‘북한의 예민한 상황에서 오는 위험’을 단점으로 들었다. 공소장은 “이는 훙샹이 제재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연히, 의도적으로 조선광선은행과 거래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훙샹은 북한과 제3국 간의 거래를 주선하면서 수수료로 최대 25%까지 ‘폭리’를 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훙샹은 적게는 14%, 많게는 25%를 챙겼다. 훙샹이 위험을 감수하고 대북 무역을 지속해 온 이유라고 미 정부는 보고 있다.

훙샹은 조선광선은행 평양 지점에도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5년 5월 1일~6월 5일, 2015년 8월 1일~9월 11일 두 기간 동안 이 계좌의 거래액은 1112만 달러였다. 공소장은 “입출금내역서를 보면 일정액이 입금되면 비슷한 시기에 훙샹이 똑같은 금액을 인출한 경우가 많았다”며 “조선광선은행이 돈을 대고 훙샹이 그를 위해 물품 거래를 하는 걸 알 수 있는 정황”이라고 밝혔다. 증거물로 첨부된 거래내역엔 2015년 8월 31일 2만7074달러가 현금으로 계좌에 입금되고 같은 날 2만7074달러가 온라인으로 인출됐다. 공소장은 훙샹과 조선광선은행이 평양 지점 계좌 입출금내역서를 거래장부처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광선은행 측은 훙샹에 계좌 입출금내역서 파일을 첨부해 e메일로 보내면서 ‘베이징 우체국’ ‘여권 상세 정보’ 같은 위장 제목을 달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훙샹 제재는 형식상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제3국 기업·개인 제재)는 아니지만 효과는 그에 버금갈 것”이라며 “거래 형태나 주체가 정상적이든 아니든 일단 북한과 엮이면 미국이 불법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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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