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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투자자 울린 ‘공시제 빈틈’

피해자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 없다.

‘한미약품 공시 미스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로 투자자들은 피해를 봤지만 공시 시간만 놓고 따지면 한미약품의 잘못은 없다. 한미약품이 8500억원대 기술 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건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은 자율공시 대상이다. 사유 발생 다음 날 오후 6시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실제 공시는 30일 오전 9시 장이 열리고 29분 만에 이뤄졌다. 이 시간까지 34만 주(거래대금 2200억원)가 거래됐다. <본지 10월 3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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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8시. 한미약품은 1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역시 다음 날인 30일 오후 6시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한미약품은 이날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 계약 사실을 공시했다.

법적인 공시 시한을 지키면서 좋은 소식은 8시간33분 만에, 나쁜 소식은 14시간23분이 지나서야 내보냈다.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6시간10분의 차이로 누군가는 최대 원금의 4분의 1가량을 날렸다. 채현주 한국거래소 공시부장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 시작 전 공시하라고 재촉했지만 규정상 강제할 수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공시제도는 개선됐다. 2012년 이후 거래소의 사전 확인 절차가 완화됐고, 지난 1월엔 이 절차가 폐지됐다. 5월엔 포괄적 공시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54개 의무공시 항목 이외에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판단하면 기업이 ‘알아서’ 공시해야 한다. 공시 시한은 사유 발생 당일 오후 6시까지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계약 해지는 ‘기술 도입·이전·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이라 자율공시를 택했다.

공시 시스템이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투자자들만 손해 보는 결과가 생긴 것이다. 자율공시도 당일로 시한을 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위축이 우려돼 자율공시 시한을 당기는 게 어렵다면 자율공시 중 기존 공시 내용을 바꾸는 정정공시에 한해 당일 공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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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공시 규정을 위반했을 때 받는 제재금은 거래소 기업이 최대 2억원, 코스닥 기업은 1억원에 불과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연구실장은 “2012년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금리 조작 혐의로 글로벌 은행들에 부여한 벌금이 수십조원”이라 고 말했다. 더 필요한 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업의 신의성실 자세다.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는 “기업과 담당자들이 투자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 의무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심새롬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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