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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운신폭 좁아진 정세균…“이정현 논개작전 성공 측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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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이기긴 이겼는데….”

2일 새누리당의 전격적인 국정감사 복귀 소식이 전해진 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행여나 ‘피로스(Pyrrhus)의 승리’가 되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며 찜찜해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고대 그리스 에피로스의 왕 피로스가 로마를 상대로 벌인 두 번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많은 대가를 치르고 최후의 전쟁에서 패망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겉으로 보면 이정현 대표의 조건 없는 단식 중단과 국감 복귀를 받아낸 야당의 완승이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승자의 패러독스’를 염려하고 있다. 중립성 논란으로 정세균 국회의장도 상처를 입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걱정이다.

이번 국감 파동은 지난달 24일 야권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맨입’으로는 해임안 단독 처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정 의장 발언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은 사상 초유의 국회의장 형사고발과 함께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강화시키겠다는 이른바 ‘정세균 방지 법안’ 제정을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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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일 김성원 당대변인을 통해 “국감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 의장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를 찾아 쾌유를 기원했다. 이 대표가 병상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이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은 경찰·공무원·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는 다른 것”이라며 “국회의장은 입법부를 대표해 거대 행정부의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국민의 대표인 만큼 ‘정세균 방지법’을 빙자해 국회의 권한을 축소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정세균 방지법’으로 국회의장이 기계적 중립만 지킨다면 여야 간사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이를 들고 나온 것은 새누리당이 여소야대(與小野大) 환경에서도 자신들의 뜻대로 정국을 움직이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지금 야당이 우려하는 부분은 연말 예산 정국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각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정기 국회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칼자루는 국회의장이 쥔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예산에 영향을 끼치는 일부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수 있고, 해당 상임위는 11월 30일까지 예산부수법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 12월 2일 예산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기 때문에 예산부수법안은 ‘합의’를 우선시하는 국회선진화법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정 의장이 야당에 동조해 법인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새누리당이 반대해도 본회의에 상정해 ‘여소야대’의 힘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이미 정 의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할 상황이 오면 법인세는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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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 안팎에서는 이번 국감 파동으로 정 의장이 또다시 여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권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정치외교학) 교수는 “정 의장으로서는 또다시 국회 파행의 축으로 부각되는 것에 많은 정치적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야권의 승리라고는 하지만 김재수 장관도 그대로 임명이 됐고, 박근혜 대통령도 해임건의안 거부로 인한 화살을 피했다”며 “실제로 얻은 건 없는데 예산안에 영향을 받는다면 아무런 실익이 없는 밑지는 장사가 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로 예상되는 국정교과서 정국 때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기존 입장대로 최종본을 발표하고, 내년 3월 일선 학교 활용 방침을 고수해 야당이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 카드를 다시 꺼내더라도 정 의장의 운신 폭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때와는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이정현 대표의 논개 작전이 성공한 측면도 있다”며 “정세균 의장을 껴안고 진흙탕으로 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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