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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공률 9.7%…임상 1~3상 성과마다 돈 받는 ‘마일스톤’ 계약

한미약품 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 개발 중단이 증시에 쇼크가 된 건 제약 업계 특유의 ‘마일스톤(milestone) 계약’에서 비롯됐다. 마일스톤은 ‘돌로 된 이정표’라는 의미지만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특기할 만한 진전이 생긴 상황을 뜻한다.

신약 수출 계약을 통해 돈이 오가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우선 계약 성사단계에서 ‘계약금(업프런트)’을 받고, 이후 임상 1~3상 진행의 성과에 따라 ‘마일스톤’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신약이 출시되면 로열티를 따로 받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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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지난해부터 성사시킨 7건의 기술 수출 계약은 모두 계약금과 함께 마일스톤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 7건의 계약 총액은 8조원대에 달하지만 실제 한미약품 손에 들어올 돈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올무티닙의 경우도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7억3000만 달러(약 8500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이 업프런트와 일부 마일스톤으로 받은 돈은 717억원이다. 이는 베링거인겔하임 측에 돌려줄 의무가 없는 돈이다. 나머지 7783억원은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번 계약 중도 무산으로 받지 못하게 된 돈이다.

다른 업계와 달리 글로벌 제약업계에 마일스톤 계약이 뿌리 내린 것은 제약산업 연구개발(R&D)의 특수성 때문이다. 신약 개발은 난이도가 매우 높고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은 데다 임상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성공 분석에 따르면 1상에서 3상까지 성공할 확률은 9.7%에 불과하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단계별로 성공할 때마다 돈을 받는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 실패에 따른 개발 중단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매우 흔한 일”이라며 “한미약품이 다른 6개 계약 중 단 하나라도 신약 개발까지 성공한다면 성과로 칭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도 “신약을 개발하다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신약 개발 프로세스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마일스톤 등 단계별 계약 상황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약 파기 소식으로 한미약품이 성사시킨 다른 계약에 대해 파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사노피와 맺은 6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은 한미약품이 바이오플랜트를 증설해 생산까지 담당하는 계약을 맺은 만큼 갑작스러운 해지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미약품 측은 릴리·얀센 등과의 다른 계약 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신약 개발의 특수성상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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