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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악재 공시 전 호재 공시 했다면 주가조작 적용

금융당국이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의혹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일 “기존에 초점을 맞췄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혐의뿐만 아니라 시세조종(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까지 염두에 두고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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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은 한미약품의 지난달 29~30일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29일 오후 4시33분 호재성 공시(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신약 기술 수출 계약)와 다음 날인 30일 오전 9시29분 악재성 공시(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 항암제 수출 계약 취소)를 낸 과정이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우선 내부자거래 혐의 입증을 위해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취소 공시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한 한미약품 임직원이 있는지 계좌를 조사할 계획이다. 30일 주식시장이 열린 오전 9시부터 공시가 나온 9시29분 사이에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이들이 대상이다. 개장 직후 한미약품 주가는 제넨텍 계약 소식에 전날보다 5.48% 올랐다. 그러나 공시가 난 뒤 급락세로 돌아서 오전 9시44분에는 전날보다 17.74% 떨어졌다.

이를 감안하면 계약 취소 정보를 공시 전에 미리 알고 주식을 판 투자자는 최대 5%의 수익을 냈거나 적어도 손실을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악재성 공시를 전혀 알지 못했던 투자자는 최대 24%가량의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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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거래 조사에서 혐의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한미약품이 면죄부를 받는 건 아니다. 금감원은 한미약품이 주가 부양을 위해 공시 시점을 조정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취소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제넨텍과의 수출 계약을 미리 발표했을 경우다. 이럴 때 금감원은 제넨텍 계약 공시를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취소가 주가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물타기용 공시’로 판단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제넨텍과의 계약 통지는 29일 아침에 받아 ‘24시간 이내 공시’ 규정에 따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33분 공시했고 이후 오후 7시6분에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취소 e메일을 공식 통보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수출 계약은 양해각서(MOU) 체결부터 여러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최종 계약 시점은 두 회사가 합의하기 나름”이라며 “29일 오후에 제넨텍 계약 공시를 했는데 2시간30분 뒤 예상치 못한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취소 e메일을 받았다는 한미약품의 소명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여부도 조사한다. 이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사항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부정한 수단을 사용해 시장에 혼란을 불러온 행위 등에 폭넓게 적용되는 혐의다.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취소를 통보받은 뒤 왜 14시간 뒤인 다음날에야 장중에 공시를 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 차라리 오후 3시30분 장 마감 이후에 공시했다면 혼란이 적었을 텐데 왜 주식거래 시간에 공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장중에 공시한 건 한국거래소와의 협의 절차 지연 때문”이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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