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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리포트] 게임 하며 수다 떠는 재미, 어른들은 모를걸요

PC방이 놀이터인 요즘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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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은 PC방을 쾌적한 문화 공간, 게임은 소통의 장으로 여긴다. TONG(tong.joins.com)에서 ‘여고생 오버워치 입문기’ 등 청소년기자들이 만든 게임 관련 기사와 영상을 더 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다녔던 지금의 30대 중에는 PC방을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PC방에 달려갔고 ‘배틀넷’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2016년의 고등학생들은 어떨까. 친구들과 만나 PC방에 가고 컴퓨터 앞에 앉아 친구들이 접속하길 기다리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PC방 1세대’와 현재의 고등학생이 게임을 이해하는 방식은 달랐다. TONG청소년기자들이 일반고·국제학교·자사고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에 다니는 고교생 90명에게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은 세대의 시각으로 물었다. 그 답변을 모아 30대 삼촌과 10대 조카의 대화로 재구성했다.

삼촌=우리 땐 학교 끝나면 매일 PC방 갔는데 너희는 안 가지? 집에서도 인터넷 잘되잖아. 스마트폰도 있고.

조카=주말엔 많이 가죠. 친구들 만나면 피방(PC방) 아니면 코노(코인 노래방)예요. 게임 하는 친구들끼리는 PC게임인 롤(리그 오브 레전드)이나 오버워치를 하니까요.

삼촌=옛날엔 PC방 가면 불량학생 취급받았는데.

조카=어렸을 때 PC방이 담배 냄새 나고 무서운 곳이었는데 요즘엔 넓고 깨끗한 문화공간 느낌이라 괜찮아요. PC방 안에 코인노래방 기기까지 설치된 곳도 있어 친구들이랑 게임 하고 노래 부르고 먹는 것까지 다 해결해요. 음식도 어지간한 분식집보다 맛있거든요. 어떤 PC방은 마우스도 두 종류를 줘요. 편한 걸 고르라고. 장비와 분위기 때문에 가죠.

삼촌=게임 어지간히 하나 보구나. 공부는 안 하고.

조카=제 친구 중 게임 제일 많이 하는 애가 내신 1등급인 걸요. 걔는 점심·저녁 급식시간마다 한 시간씩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오후 9시 넘어 집에 가면 새벽 2시까지 게임 하다 두 시간 더 공부하고 잔대요. 주말엔 9시간도 넘게 게임 하고요.

삼촌=그 친구가 특이한 거 아니야?

조카=걔가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게임 좋아하면서도 공부 잘하는 애들은 되게 흔해요. 게임이랑 성적은 관계없는 것 같아요. 컴퓨터나 스마트폰 다 압수해도 공부 안 하는 애들이면 다른 걸 찾을 거예요. 다른 취미나 여가도 공부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되는 건 다 비슷하잖아요.

삼촌=공부를 잘해도 그 정도면 게임중독 같은데? 나도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열심히 했는데, 일단 시작하면 끝내기 어렵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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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리니지라면 현질(현금 쓰는 일) 규모가 다르다는 아재들의 갓(god)게임! 근데 노는 건 다 그렇죠. 엄마가 TV 보는 건 허락해도 게임은 허락 안 해준다는 애도 있는데, 잘 이해가 안 돼요. 이르면 대여섯 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주니어 네이버’ 게임으로 숫자랑 영어 배웠던 우리 또래에겐 게임이란 게 중독될 만큼 그렇게 새롭고 자극적인 것도 아니에요.

삼촌=게임의 교육적 효과도 있긴 하지. 나는 ‘대항해시대’로 유럽을 배우고 ‘문명’으로 역사를 배웠거든. 스포츠 게임으로 규칙을 배운 종목도 꽤 있고.

조카=에이, 그러니까 ‘아재’ 소리 듣죠. 뭘 배워가며 하는 거라면 그게 학습 자료지 무슨 게임이에요? 솔직히 게임이 학업엔 도움 안 되죠. 친구들 사이에 협동심이나 우정, 스트레스 해소에는 좋을지 몰라도요. 공부하기 전에 집중력 올리려고 한다는 친구도 있긴 하더라고요. 게임은 그냥 친구들과 노는 거예요.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던 걸 컴퓨터 안으로 옮겨온 거라고 보면 돼요. 대화도 하고 새 친구도 만나고.

삼촌=게임에선 ‘다음 판 고(go)?’ 같은 대화밖에 안 하잖아.

조카=아녜요! 게임 안에서 학교 얘기도 하고 인생 상담도 해요. 게임 하면서 카톡 갔다가 다시 창 열기도 귀찮고, 그러니 겸사겸사 게임 채팅방에서 수다를 떨죠. 아무리 어색한 사이도 같이 게임 한번 하면 편해지더라고요. 나이 불문, 게임 얘기하면 다 친해지기도 하고요. 영화 같이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정신적인 교감이 운동 같이 하는 것만큼 뛰어나거든요. 친구들과 진짜로 가까워지는 방법이에요.

삼촌=그럴 바에야 모여서 운동하는 게 낫지. 다른 취미를 찾거나.

조카=학교에서 야자 끝나면 오후 11시인데 어떻게 운동을 해요? 이미 지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밖에 못해요. 그러니까 컴퓨터 앞에 앉는 거죠. 솔직히 중독되고 싶어도 그만큼 게임을 할 물리적 시간도 없어요. 저는 게임 할 시간 더 확보하려고 페북(페이스북)을 지웠어요. 영화 보거나 커피 마시거나 하는 데 비해선 돈도 적게 들잖아요.

삼촌=게임 안 하는 애들은 없어?

조카=그런 애들 하고는 다른 거 하면서 놀아요. PC방 대신 노래방을 가거나. 게임 못한다고 소외되는 건 아니에요. 반대로 게임 하는 친구들도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고 그러죠. 게임이 모든 걸 대체하는 건 아니니까요.

삼촌= 여학생들은 게임 별로 안 하지?

조카=모바일 게임에선 여자가 더 많은 경우도 가끔 있어요. 요즘 유행하는 오버워치가 여자애들에게도 인기라 PC방에도 여자가 좀 늘었고요. 아무래도 여학생이 게임 한다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고, 게임 안에선 성적인 발언으로 괴롭히니까 성별은 잘 안 밝혀요. 못하면 못한다고 욕먹고, 잘하면 잘한다고 욕먹거든요. 한 친구는 여밍아웃(게임 안에서 여자임을 밝힘)했는데 갑자기 아저씨들이 ‘오빠가 도와줄게’ ‘오빠라고 불러봐’ 그랬대요. 남친 있냐고 묻고 있다고 하면 ‘아! 아쉽(네요)’ 이러고.

삼촌=나, 난 그런 적 없어.

조카= 게임 안에서는 친구 아니면 나이·성별 안 밝혀야죠. 나이를 모르니까 게임 못하는 사람은 무조건 ‘초딩’이라고 놀리잖아요. 욕하면서 ‘엄마 안부’를 묻기도 하고요.

삼촌=옛날에도 게임 하면서 욕 많이 했지만 점점 거칠어지는 것 같더라고.

조카=처음 욕먹었을 땐 부들부들 떨렸어요. 지금까지 게임 하는 동안 부모님 제사를 한 1000번은 지낸 것 같아요. 이제는 저도 게임 안에서 욕을 하는데, 현실에서도 튀어나오긴 하더라고요. 나쁘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남학교는 게임을 하건 안 하건 욕이 생활화돼 있으니 그게 꼭 게임 탓인지는 모르겠어요.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공기” 무조건 못하게 하면 갈등만…게임 시간 통제하게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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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주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게임을 줄이는 대안이 무조건 ‘공부하라’여서는 안 됩니다. 자녀들의 바람을 들으며 협의하고 대안을 제시해야죠.”DA 300

홍성관 한국IT전문학교 게임스쿨학부(게임심리학) 교수는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게임 문화에 대해 “게임은 즐거운 놀이이자 욕구 실현의 공간이며 친구들과 만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부모가 게임을 문제의 근원으로만 보게 되면 갈등만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미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한 어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려서부터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가 주어진 환경에 맞춘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공기와 같다고 할 정도로 일상적이지만 대부분 게임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 역시 “청소년들이 스스로 ‘충분히 통제하고 있다’고 합리화하기보다 게임에 따라 정신적·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조 기자, 이서영(중일고 1)·이의재(원광고 2) 최정윤(브랭섬홀아시아 12) TONG청소년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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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