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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사랑했던 청년 주시경…짧지만 긴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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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의 문법 체계를 처음으로 세운 한힌샘 주시경(周時經·1876-1914·사진)의 일대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책이 56년 만에 열화당에서 복간돼 나왔다. 주시경의 제자 김윤경(1894~1969)이 1960년 한글학회에서 비매품으로 펴냈던 『주시경 선생 전기』다.

북으로 간 김두봉, 남한의 최현배, 김윤경 등을 포함해 20세기 국어학자 가운데 주시경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다. 강화도조약이 체결되던 해에 태어나 일제 강점 직후에 별세하기까지 서른아홉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발자취는 길고도 크다. 그럼에도 그의 삶과 업적을 되새겨볼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말의 특징을 토씨(조사)와 씨끝(어미)의 자유로운 활용에서 찾았던 주시경의 주요 이론이 제대로 계승되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을 되새겨보게 한다. 주시경은 조사와 어미 등을 포함해 모든 낱말에 독립적인 기능을 부여했다. 이같은 이론을 분석주의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토씨를 임자씨(체언)의 부속물로 여기는 것이 현재의 통설이다.

발문을 쓴 김정수 한양대 명예교수는 “최현배는 주시경의 수제자이면서도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의 말본 체계를 따라 풀이씨(용언)의 구성 요소인 씨끝을 분리하지 않는 절충주의 문법 체계를 세웠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영어는 통사론 중심인데 반해 우리말은 형태론 중심의 언어다. 조사를 체언의 부속물로 정의하는 현재의 통설은 우리말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절충주의 말본의 잘못을 고치고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서는, 주시경이 일으키고 김두봉과 김윤경이 계승한 것으로 끝난 분석주의 말본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시경이 어린 시절부터 한문을 배우다가 19세(1894년)에 배재학당에 들어가 서양 학문을 익힌 일, 서재필의 총애를 받으며 ‘독립신문’ 국문판 편집과 제작을 담당한 일 등 각종 일화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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