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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 친구도 갈라놓은 달콤한 PK 유혹

2일 밤(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가 열린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

토트넘이 선두 맨체스터 시티를 2-0으로 누르고 2위로 올라선 이날 팬들의 시선은 경기 중 일어난 작은 실랑이에 쏠렸다. 후반 20분 델레 알리(20)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24)과 에릭 라멜라(24)가 서로 차겠다며 가벼운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손흥민이 공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지만 라멜라는 이를 뿌리쳤다. 지켜보던 동료 수비수 대니 로즈가 두 사람을 말렸고, 결국 라멜라가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라멜라가 찬 페널티킥은 맨체스터시티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과 라멜라가 언쟁을 벌인 장면은 고스란히 TV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1992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둘의 신경전은 영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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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일은 ‘토트넘이 팀워크에서 조금 흔들렸다. 손흥민과 라멜라가 페널티킥을 놓고 다퉜다’고 전했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게리 네빌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미리 정해둔 키커가 있을 텐데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걸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은 팀 규율 위반”이라고 말했다.

페널티킥은 축구에서 가장 안전한 득점 루트다. 골대로부터 11m 떨어진 거리에서 수비수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가로 7.32m, 세로 2.44m인 골대 안으로 공을 넣으면 된다. 키커가 찬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5초, 날아가는 공의 평균 시속은 112㎞다. 모든 과정이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다.

이론적으로 페널티킥은 키커가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을 노려서 강하게 차면 100%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모든 이의 시선이 한 곳에 모이는 긴박한 순간인 만큼 적잖은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페널티킥을 7차례 차서 4번이나 실축했다. 현역 시절 ‘프리킥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데이비드 베컴(41·잉글랜드)은 유로 2004 예선·본선 조별리그·8강전에서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를 3번 연속 실축하고 “다시는 차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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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팀들은 프리킥·코너킥과 함께 페널티킥 전담 키커를 미리 정해둔다.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는 “(페널티킥은) 기술적으로 잘 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공을 놓고 골키퍼와 맞닥뜨린 상황에서 관중들의 함성에 대처할 줄 아는 강심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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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 토트넘 감독은 그간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23)을 페널티킥 전담 키커로 세웠다. 케인은 지난 시즌 6차례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시켰지만, 맨체스터 시티전에는 발목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대체할 페널티킥 전담 키커를 따로 두지 않았다. 손흥민과 라멜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이유다.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최근 경기력이 좋은 손흥민과 프리킥을 직접 차는 라멜라 모두 페널티킥에 자신있었을 것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가 많은 유럽에선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두 사람의 신경전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나눈 뒤 결정했다. 내가 그라운드에 들어가서 ‘네가 차!’라고 할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전담 키커가 없다면 심리적으로는 경기 초반엔 경험 많은 고참이, 중·후반엔 체력 좋은 젊은 선수가 차는 게 좋다”면서도 “키커 역할을 원하는 선수가 많은 건 선수단 내부에 경기를 이기려는 의지와 자신감이 강하다는 뜻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맨시티 전을 마치고 귀국해 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소집된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라멜라가 공을 잡고 주질 않아서 양보했다. 라멜라가 실축했지만 경기 중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두 선수의 페널티킥 키커 논쟁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낳았다. 일부 국내 축구팬들이 라멜라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찾아가 도를 넘는 비난을 쏟아냈다. ‘넣지도 못할 거면서 욕심이 지나치다’거나 ‘앞으로 경기 중에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으면 각오하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넘쳐났다. 일부 팬들은 영어는 물론 한글로도 비난을 했다. 윤 교수는 “ 승부욕이 강한 동료들과 함께 뛰는 건 손흥민에게도 좋은 일이다. 손흥민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좋지만 팬들의 성숙한 관전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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