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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지진 대처 논란

중앙일보 <2016년 9월 14일 26면>
경주의 강진…지진 대책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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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지난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1978년 기상청의 계기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지진은 영남 지역 거의 전역에서 건물의 흔들림이 감지되고 멀리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규모 6.0을 넘는 지진이 언제라도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재해 담당 부처인 국민안전처와 원자력발전소를 책임지는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가 보여준 안이한 대응이다. 국민안전처는 재해 상황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지진 발생 8분이 넘어서야 보냈으며 수도권에는 알리지도 않았다. 재해 담당 부처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국민은 실망감을 느꼈다.

진앙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월성 1~4호기를 운영하는 한수원은 첫 지진 발생 4시간12분이 지나서야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원전 안전은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의 비극을 떠올리면 이번 한수원의 늑장 결정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진 상황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드라마 같은 정규방송만 내보내는 등 형식적인 지진뉴스 보도에 그쳤다. 특히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가 자막을 띄우거나 짧은 특보만 내보낸 뒤 정규방송을 이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번 지진 때 KBS는 종합편성방송사들보다 더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한다면 국민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즉각적이고 상세하게 알려줬어야 마땅했다.

정부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원전과 방폐장 등 지진으로 2차적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시설을 정밀 점검하고 기존의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설혹 규모 6.0 이상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도 국민이 안전할 수 있도록 국가재난 대응체계를 새롭게 짜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지진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진대응책에 대한 국민 신뢰부터 확보해야 한다. 정부 대응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니 한반도 대지진설과 부산 개미떼 이동설을 비롯한 비과학적인 괴담이 판을 치는 게 아닌가.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이 원전이다. 지진이 발생한 활성단층 부근에서 원전이 가동 중인 상황은 불안을 부를 수밖에 없다. 현재의 내진 설비부터 보강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전국적인 지질조사를 해 활성단층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원전·방폐장 등 신규 시설을 배치하거나 기존 시설을 이전·폐쇄할 때 의사결정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하고 있는 일이다.

정부는 지진 방재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안전과 비용의 균형에 유의해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생명과 안전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자세와 행동이 필요하다.

한겨레 <2016년 9월 14일 23면>
늑장에 지휘부 실종, 구멍 뚫린 재난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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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12일 저녁 경주 일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지진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재난대응체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질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 안전이 아무 대책 없이 내팽개쳐진 꼴이다.

정부의 늑장 대응을 보면 과연 정부 기능이 유지되고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국민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은 규모 5.1인 첫 지진 뒤 8분여 만인 7시53분이었다. 기상청은 발생 20초 만에 경보를 냈지만 안전처 내부의 복잡한 절차 탓에 늦어졌다는 것이다. 8시32분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했을 때도 9분 지나서야 문자가 발송됐다. 그나마 주변 지역에만 전파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는 아예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도 않았다. 폭염 때는 그렇게 자주 문자를 보내던 안전처는 몇 시간 넘게 ‘먹통’이었다. 이러고도 무슨 ‘긴급’이며, 이러고도 어떻게 국민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도 실종됐다. 국민안전처가 국무총리에게 상황을 보고한 것은 첫 지진에서 36분여가 지난 8시21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밤 9시30분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첫 공식 입장과 지시는 밤 10시31분에야 나왔다. 첫 지진 뒤 2시간47분 만이다. 그때까지 대통령도 총리도 국민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4월 구마모토 지진 발생 26분 만에 국민 앞에 나와 상황 지휘에 나섰던 아베 일본 총리와는 비교하기도 부끄럽다. 대체 이런 국민 안전 불감증과 무능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재난방송도 재난 대처엔 한참 모자랐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라는 ‘한국방송(KBS)’은 첫 지진 뒤 3분이 지나서야 자막으로 지진 소식을 알렸다. 방송 중이던 프로그램을 끝까지 방영하면서 중간중간 자막을 내보내고 4분 정도의 뉴스특보도 두 차례 냈지만, 이미 진동이 휩쓸고 간 한참 뒤인 데다 정보나 영상도 부족했다. 지진 발생 몇 초 만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비상방송으로 전환하는 일본 ‘엔에이치케이’와는 다르다.

재앙은 언제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다. 이번 지진은 그 예고일 수 있다. 우리의 재난대응체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확인된 만큼 서둘러 전면적인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각성도 당연하다.

논리 vs 논리
“원전 등 주요 시설 재점검해야”…“늑장 대응, 정부 한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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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경주시 노동동 한 의류매장의 전면 유리가 파손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12일 경주시 인근에서는 약 50분 간격으로 규모 5.1과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978년 기상청의 계기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던 만큼 놀라움도 컸고 피해도 컸다. 지난달 22일 막대한 피해를 본 경주는 지진을 이유로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된 첫 도시가 되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경주 지진을 본진이 아니라 전진으로 보면서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점을 들어 여진이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한반도의 지질학적 특성에 따른 지진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로 한반도의 활성단층이 최소 450개 이상일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되었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60여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 39년간 한반도에는 2.0 이상의 지진이 1405번 발생했다. 영남권에서는 한 해 평균 13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남한에서 발생한 4.0 이상의 지진도 총 41회였다고 하니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그간의 인식이 무색할 정도다. 지진은 현재 진행형이고 추가 강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지진에 대한 정보와 대비가 너무나 부족하다. 특히 영남권에 밀집된 원자력 발전소를 고려해볼 때 지진 관련 연구와 방재 대책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만큼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한겨레와 중앙은 경주 강진 이후 재난대응체계에 주목했다. 자연재해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준비된 정도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방재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경주 강진은 우리나라 방재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겨레는 우왕좌왕했던 당시 상황을 시간 단위로 분석하면서 정부의 무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도 담당 부처가 긴급한 국민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점을 질타했다. 영남지역 전역에서 건물 흔들림을 체감했고 수도권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의 긴급상황이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는 긴급상황인데도 9분이나 늦게 재난문자를 보냈으며 이마저 주변 지역 주민에게만 발송했다.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방송 중이던 드라마를 멈추지 않고 자막 위주의 속보에 머물렀으며 1시간 후 지진 특보를 방송했으나 대피요령 및 안전수칙보다는 피해 상황 중심의 보도를 했다. 그래서 주무부처와 방송사가 안일한 대응을 하는 동안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와 카카오톡마저 먹통이 돼 버려 국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져 갔다.

한겨레가 가장 문제 삼은 것은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 실종이었다. 국민안전처에서 국무총리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1시간45분이 걸렸고, 정부의 지시는 그로부터 다시 1시간 뒤에 나왔다. 넓은 지역에 걸쳐 건물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긴급 상황에서는 중앙정부의 지휘가 작동해야 관련 기관의 재난 대응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중앙정부의 느리고 답답한 대처에 대해 한겨레는 국민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무능력을 꼬집었다.

중앙은 무엇보다 원전의 위험에 주목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인근의 월성 원전 4기에 대해 지진 발생 4시간여 만에 가동을 중단하는 늑장 결정을 내렸다. 중앙은 후쿠시마 사태를 떠올리며 활성단층 부근에 위치한 원전의 안전을 강조했고, 그 대비책으로 추후 내진 설비를 단단히 갖추라고 주문했다.

영남권을 뒤흔든 경주 지진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보다 핵발전소다. 후쿠시마의 경우 지진 자체로 입은 피해도 크긴 했지만, 원전 사고로 인해 확대된 피해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은 바다와 대기로 방사성 물질을 유출하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한겨레도 같은 날(9월14일자) 다른 사설(‘지진 빈발 지역에 핵발전소 밀집, 이대로 좋은가’)에서 핵발전소 문제를 독립적으로 다루었다. 따라서 한겨레와 중앙이 지진에서 원전사고로 이어지는 2차 위험을 경계하고 근본적인 대응책을 촉구한 점에서는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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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그러나 원전 사고의 위험에 대한 접근법은 달랐다. 한겨레는 그동안 핵 발전 정책을 밀어붙여 온 정부가 핵발전소에 내진 설계가 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강조해 온 점을 들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진 대응뿐 아니라 원전 문제에 있어서도 현 정부의 활동이 위험 요인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취했다. 반면 중앙은 기존의 방재대책을 전면 재점검해 국가재난 대응체계를 새롭게 짤 것과 전국적인 지질 조사를 통해 활성단층 지도를 만들어 원전 정책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땅에 떨어진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지진 방재 대책이 나와야 하고 정확한 지질 정보 확보와 내진 설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중앙은 정부가 해야 할 것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셈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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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