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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은유의 방

은유의 방
- 이병일(1981~)

 
기사 이미지
적벽의 기와정(亭)이 아니라 오두막을 짓고 있습니다. 그저 허허벌판, 바람만 많이 들썩거리는 곳입니다. 함석을 지붕에 올리고 못을 박는 동안 콧노래가 없습니다. 저 멀리 산매화 피는 절간의 종소리만이 한낮이 기울도록 때리고 있습니다. 왼쪽 엄지에 핀 피멍 하나, 결의하듯 새파란 악()으로 피어 있습니다. 구름떼와 진눈깨비, 나의 망치질을 산발적으로 방해하고 간섭합니다. 그러나 나는 내 영혼이 부서지고 나뒹굴 수 있도록 은유의 방을 꿈꿔봅니다. 올여름엔 큰비 많다고, 귀만 넘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므로 아욱씨 뿌려 흐린 눈을 서먹하지 않게 할 계획입니다.

은유는 사물에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것. 서로 다른 사물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 내는 것. 그리하여 죽은 사물들을 깨우는 것. “피멍”조차도 “새파란 악( ·꽃받침)”으로 살려내는 것. “허허벌판”에 의미의 씨앗(“아욱씨”)을 뿌리는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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