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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프레스 티켓은 초대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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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문화부 기자

공연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예술가 인터뷰나 기획 기사도 있지만 기본은 역시 공연장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것이다. 정치부 기자가 국회에 출입하듯, 경제부 기자가 한국은행에 가듯 말이다. 근데 그 근본 취재가 제약을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발효된 김영란법 여파다. 김영란법상 허용되는 선물 상한선인 ‘5만원 초대권’에 공연기자도 해당된다는 국민권익위의 유권해석이다. 5만원 이상 공연의 경우 자기 돈을 내고 공연을 보고 기사를 써야 한다. 심지어 “직무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있을 경우엔 5만원 이하 초대권도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왜 이런 혼선을 빚는 걸까. 초대권과 프레스 티켓을 헷갈렸기 때문이다. 만약 공연담당 기자가 공짜로 얻은 티켓을 주변에 뿌리면 그건 ‘초대권’이다. 초대권이 생긴 이들은 즐기 러 공연장에 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공연기자가 티켓을 제공받아 자신이 직접 가면 그건 ‘프레스 티켓’이다. 일종의 출입증을 받고 일(취재)을 하러 가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프레스 티켓’을 발급하면서 돈을 받는 건 무리 아닌가. 청와대 출입기자가 청와대에 들어가 취재하려고 돈을 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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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외국에서도 공연기자가 돈을 내고 공연을 본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런던 내셔널시어터도, 파리 테아트르 드라빌도, 뉴욕 브로드웨이도 공연기자에겐 프레스 티켓을 제공한다. 수백 년간에 걸쳐 쌓아온 공연문화다. 이런 시스템을 국내에 잘 도입한 곳이 있으니 바로 LG아트센터다. 2000년 출범하면서 ‘초대권 근절’을 모토로 내걸었다. 한국 공연계의 뿌리 깊은 악습을 제거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래서 LG아트센터에서 하는 공연이라면 대기업 오너도, 장관도 티켓을 사야 관람할 수 있다. 그토록 깐깐한 LG아트센터도 공연기자에겐 티켓을 제공한다. 그게 초대권이 아니라 ‘프레스 티켓’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문화계 현장을 적극적으로 살펴야 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뒷짐만 진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혼란은 공연계만이 아니다. 권익위는 출판담당 기자에게 보도자료처럼 보내지는 신간마저 선물이라고 보고 있다. 신간을 리뷰해 독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취재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나친 취재 제약은 자칫 언론 자유마저 침해할지 모른다.

김영란법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김영란법이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해주리라 믿고 지지한다.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을 무작정 따를 순 없다. 무리한 유권해석은 김영란법 정착에 오히려 걸림돌이다.

공연기자로서 앞으로도 떳떳하게 티켓 제공을 요청할 생각이다. 돈을 낼 경우 ‘초대권’임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최민우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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