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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특명전권 내교 대사 김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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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언젠가 베이징에 다녀간 국내 인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김장수 주중 대사의 부임에 미국이 굉장히 긴장해 하더라는 것이다. 국방장관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사람을 보낸 건 중국과 안보 전략을 본격 소통하기 위한 것 아니냐, 혹시 미국을 따돌리고 한반도 미래를 논의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미국에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고 돌아가며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한·중 간) 다양한 논의가 조속히 시작될 것”이란 ‘천기누설’성 발언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 무렵 우리 국민들의 기대는 딴 데 있었다. 군 출신인 김 대사야말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관한 우리 입장을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라 본 것이다. 그게 노련한 정치인이나 직업 외교관 대신 군 출신 대사를 임명한 이유라고 우리 국민은 믿었다.

부임 1년 반이 지나 돌아보니 미국의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杞憂)였고 한국 국민의 순진한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한반도 미래를 논하든 사드 배치를 설득하든 중국의 정책을 집행하는 당국자나 실세, 혹은 최상위 선에 닿을 수 있는 핵심 인물과 접촉부터 해야 한다. 안보실장 시절 김 대사의 중국 측 파트너는 부총리급인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이었다. 시 주석의 모든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외교 핵심인 그를 김 대사는 부임 이래 한 차례도 단독으로 만난 일이 없다. 정년퇴임한 전임자들과 식사를 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김 대사의 파트너는 외교부의 차관 내지 차관보급이다. 결코 거물 대사가 왔다 하여 중국 정부가 급을 높여 대접해 주지 않더라는 얘기다. 그게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냉정한 현주소다.

이는 김 대사가 아닌 다른 누가 와도 마찬가지다. 완고한 중국에 사드 설득의 여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안 만나 주는 걸 어떻게 하느냐며 손 놓고 있는 건 더 곤란하다. 길이 막혔다면 뚫어보려는 노력이라도 백방으로 해야 한다. 핵실험에 사드 발표로 긴장이 고조될 무렵 만난 관계자에게 “대사님 바쁘시겠다”고 하자 “ 도시락으로 점심 드시는 날도 적지 않다”고 했다. 바빠서 식사할 시간조차 없단 뜻인지 의아스러웠는데 최근 주중 대사관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 ‘설마’가 아니었다.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김 대사의 공식 활동 96차례 가운데 중국 인사와의 면담은 27차례, 그것도 한반도 정세 관련 면담은 13차례에 그쳤다. 지난 한 해 동안 관저에서 베푼 오·만찬도 한국인 대상이 23차례였던 데 비해 중국인 대상은 8차례였다. 올해도 큰 변화가 없다. 많은 대사가 외교 아닌 ‘내교(內交)’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김 대사도 예외가 아니란 의미다. 김 대사에게 은밀한 미션이 주어져 공개할 수 없는 만남이 있는지 모르지만 대사관 안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의 관계를 맞았다고 자랑하는 동안 대중 외교의 최일선인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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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