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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엔 한진 배 44척 떠돌고, 육지엔 ‘머스크 인수설’ 나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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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이 여전히 진행형인 가운데 지난달 23일 부산신항 터미널에 정박한 한진해운 선박 옆으로 빈 트레일러가 줄지어 서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물류 대란으로 운임은 급등하고 선박 빌리는 가격은 뚝 떨어졌다. 태평양노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운회사 간에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불거졌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한 이후 한 달 동안 달라진 해운업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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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가압류 사태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물류대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일 기준 97척의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중 41척과 44척의 벌크선 중 3척이 아직 항구를 떠돌면서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선박의 발이 묶이자 운임이 급등했다. 아시아~미국 서부를 운항하는 항로의 40피트 컨테이너 개당 운임은 1730달러(200만원)로 8월말 대비 50% 상승했다.

한진해운 보유 선박이 시장에 풀리면서 선박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한진해운이 그리스 선주 다나오스로부터 용선했던 한진베르샤유·한진산토스호는 용선료가 하루 평균 2만달러(2200만원)를 웃돌았다. 하지만 다나오스는 한진해운이 반납한 이 선박을 4~6개월간 재용선해서, 하루 평균 6000달러(660만원)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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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이 중고선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고선 가격도 하락세다. 연초 대비 중고선 가격이 50% 이상 하락하자 선박을 팔기보다 아예 해체(廢船)하는 해운사도 등장했다. 실제 스위스 해운사 MSC는 지난 달 4546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박 빅토리아불프호 폐선을 결정했다. 그리스·독일 일부 선주도 선박을 해체 야드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폐선 가격도 상승세다. 올해 초 t당 200달러 후반이었던 폐선 가격은 지난달 3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달 30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폐선량은 51만4000TEU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역대 최고 폐선량(44만TEU·2013년)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는 게 클라크슨리서치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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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4위였던 한진해운은 ‘국내 최대 선사’ 지위를 현대상선에 내줬다. 3일 해운통계조사 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의 화물 적재 능력은 9월 62만3910TEU(세계 7위)에서 한 달 만에 42만7933TEU(14위)로 쪼그라들었다. 덕분에 국내 최대 해운사 지위는 현대상선(43만7512TEU·14위→45만1784TEU·13위)에게 돌아갔다.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내외 해운사가 뛰어들었다. 세계 1위 머스크와 세계 2위 MSC는 부산에 공동항로를 개설하고 신규 선박을 투입했다. 세계 4위 코스코도 부산에 선박을 투입했고, 세계 8위 양밍도 미국 노선 선박이 부산항을 경유하도록 조치했다.

해운업 M&A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분위기다. 데이비드 커스턴스 제퍼리스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본지에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그룹 이사회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머스크가 기존 해운 사업을 물류운송부문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장기 수익성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3가지 전략 중 하나가 자산 효율화 방안이다. 머스크는 “투자 과정에서 ‘인수(acquisitions)’는 선호하는 옵션일 수 있다”며 한진해운 인수설에 묘한 여지를 남겼다. 또 “머스크 라인은 인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유기적으로 끌어올려, 향후 3년 동안 투자대비 수익률을 2%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규 선박 발주를 중단한 머스크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면 매물로 나오게 될 한진해운 선박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이에 대해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 자회사인 현대상선 자산을 머스크에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한진해운 자산은 현대상선을 통해 인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은 선박금융 대주단과의 협의나 법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얼마나 이뤄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달 29일에는 일본 3대 선사 중 하나인 케이라인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에 대해 세계 7위 선사인 APL로지스틱스의 비트 시몬 회장이 “APL 직원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화주에게 제공했다”며 “APL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12월 23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보다 앞서 다음달 4일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평가한 실사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진해운 청산 혹은 매각 여부를 11월 중 결정할 전망이다.

글=문희철·한애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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