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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카와 슈퍼카의 행복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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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티이 아트&엘레강스 리차드 밀’에 출품된 다양한 빈티지 자동차들.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2시간 여 가다 보면 샹티이(Chantilly)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14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축조된 고성 샹티이성을 중심으로 숲과 호수와 잔디밭이 평화롭게 자리한 곳이다. 매년 9월이면 이곳은 자동차 매니어들로 북적인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RICHARD MILLE)’이 주최하는 ‘샹티이 아트&엘레강스’ 덕분이다. 20세기 초반 등장했던 빈티지 카와 21세기의 컨셉트 카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자동차를 사랑하고 엔진 소리에 가슴 뛰는 사람들의 축제다. 호수를 중심으로 한가운데 지역은 주최측이 마련한 다양한 자동차들이 자태를 뽐내고, 그 주변으로는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오래된 차의 주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 주최 '아트&엘레강스'

루브르 미술관과 더불어 프랑스 최고의 고전 회화(1850년 이전)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샹티이 성과 2013년 설립된 말(馬) 박물관도 행사에 맞춰 문을 활짝 연다.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샹티이 아트&엘레강스’가 지난달 4일 개최됐다. 베이지색 중절모에 근사한 양복을 차려입은 신사들과 각양각색 화려한 모자를 쓴 귀부인 복장의 여성들이 성 주변을 메웠다. 과거의 자동차와 미래의 자동차가, 과거의 탈것인 말과 현재의 탈것인 자동차가 조화롭게 섞여있는 공간에 중앙SUNDAY S매거진이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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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이전에 이렇게 다양한 차들이 …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오전 8시부터 차츰 그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드넓은 행사장을 돌아다녀야 했던 만큼 흐린 날씨가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호텔에서 나와 성(城)으로 향하는 길 옆으로 각종 자동차 클럽 전시장으로 향하는 차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전날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놓은 차의 주인들은 수건을 꺼내 정성스레 물방울을 닦고 있었다. ‘클럽 메르세데츠-벤츠 인 프렌치’ ‘빈티지 아메리카 카 클럽’ ‘재규어 익스클루시브 Xk’ ‘프렌치 롤스로이스 드라이버 클럽’ ‘클럽 페라리 프랑스’ 등의 팻말 뒤로 곳곳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경매회사 본햄이 마련한 자동차 옥션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행사장 한가운데 당당하게 자리한, 1935년 베를린 모터쇼에 등장했던 메르세데츠-벤츠의 빨간색 오픈카인 500K를 비롯해 21세기 초반의 각양각색 자동차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치 미술가 패트릭 라로슈의 화려한 원색의 거대한 조각 작품이 성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얼핏 제프 쿤스의 반짝이 작품들을 연상시켰다.

왼쪽 잔디밭 쪽으로 행사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져 있었다. 빈티지 카들의 경연장이다. 세계 대전 이전에 이미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차들이 출시됐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 행사에서는 ‘올해의 아름다운 차’를 뽑는데, 미국 페블 비치의 산드라 버튼 회장과 호주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을 비롯해 자동차 평론가, 카 레이서, 자동차 전문 기자, 경매회사 자동차 담당 등 각국에서 모인 59명의 전문가가 3인 1조를 이뤄 심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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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의 리샤르 밀 회장.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리차드 밀의 리샤르 밀 회장.이 행사를 주최한 ‘리차드 밀’의 리샤르 밀(Richard Mille·65) 회장은 엄청난 자동차 매니어다. 빈티지 카 컬렉터이기도 하고 자동차 경주에도 일가견이 있다. 2001년 자신의 이름을 딴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그는 “자동차와 항공학에 대한 나의 애정을 담았다. 르망 자동차 경주를 하면서도 찰 수 있는 투르비옹 시계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우주선에 쓰이는 첨단 신소재와 기계공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시계를 내놓으면서 그는 자신의 시계를 좋아하는 품격있는 메카닉 러버라면 분명 자동차에도 무한 애정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2014년 시작된 이 행사는 이탈리아 코모 호수에서 열리는 유서깊은 빈티지 카 페스티벌인 ‘콩코르소 델레간자(Concorso d’Eleganza)’ 못지 않게 화제를 모았다. “우리가 발견한 자동차들은 우리의 상상력에 불을 당긴다”는 리샤르 밀 회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속도에 도전하건 샹티이의 잔디밭에서 경이로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건, 인류의 삶은 바로 그들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며 자동차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행사의 ‘올해의 인물’로 페라리 CEO를 지낸 장 토드(Jean Todt) 국제자동차연맹(FIA) 회장을 선정했다. 모터스포츠계의 대부 같은 인물이다. 성 아래 호수 주변 ‘ㄷ’자 모양의 널직한 잔디밭 위에는 다양한 빈티지 카들이 주제에 맞춰 전시돼 있었는데, 장 토드의 자동차 경주 인생 50주년을 오마주하는 자동차 12대도 볼 수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영화 ‘와호장룡’으로 유명한 홍콩 여배우 량쯔충(양자경)으로, 갈라 디너에도 나란히 등장해 애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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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전시된 차들은 주제별로 모여 있었다. ‘포뮬러 1 자동차들의 첫 번째 엔진’이라는 코너에서는 1940~50년대 스포츠카들을 모아 놓았다. ‘유선형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대의 오픈카’, ‘전쟁 전에 만들어진 장거리 여행용 리무진’ 등의 제목에 맞춰 다양한 차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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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산 자동차와 차주 로버트 에이벤

1902년산 자동차와 차주 로버트 에이벤가장 오래된 차는 1902년 출시된 ‘록크 퓨리탄 루나보트(Locke Puritan Runabout)’. 지금의 차와는 전혀 다른 모양을 지닌 이 차를 영국에서 가져온 로버트 에이벤씨는 “몇 년 전 경매에서 이 차를 구입했는데 여전히 움직인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 있는 1903년산 ‘화이트 리어-엔트리 토누(White Rear-Entry Tonneau)’는 근대식 차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 1년 사이에 자동차 업계에 대단한 변화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케 했다.

람보르기니는 구조와 성능면에서, 또 디자인적으로 스포츠카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P400 미우라(Miura)’가 1966년 제네바 모터쇼에 나온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세라티에 이어 올해 공식 후원사가 된 BMW 역시 자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자동차를 내놨다. 1936년산 328 쿠페를 시작으로 문이 갈매기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1972년산 ‘터보’, 브라질 퍼스트 그랑프리에서 처음 우승한 ‘브라브함(BRABHAM) BMW BT52’, 영화 ‘미션 임파서블4’에 나왔던 전기차 i8까지 볼 수 있었다.

행사의 도록과 안내장은 자동차 사진이 아닌 여유로운 수채화 그림으로 꾸몄다.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알랭 볼두이르는 3년 전부터 행사에 출품된 자동차를 일일이 그려 팸플렛에 싣고 있다고 했다.

말 위에서 연주하며 행진하는 근위대의 모습은 근사했다. 호수 주변에는 요트 부스가 있었고 VIP 고객을 위한 에어버스의 개인 전용기 ACJ의 상담 코너도 보였다. 샹티이의 특산물인 ‘샹티이 크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코너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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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컨셉트카는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
‘아트&엘레강스’의 특징은 빈티지 카 못지 않게 슈퍼카들의 격전장이기도 하다. 최고 명차 브랜드 8곳은 쉽사리 보기 힘든 컨셉트카들을 선보였는데, 특히 유명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강조했다.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을 보였던 부가티 치롱(Chiron)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영화 007시리즈에 단골로 등장하는 애스턴 마틴은 새 컨셉트 카를 선보이면서 이탈리아의 명문 메카닉 제작사 자가토(Zagato),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와 합을 맞췄다. 장 폴 고티에는 맥러렌 570GT와도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은회색 우주선 같은 모양의 컨셉트 쿠페를 선보인 BMW는 발망과, 시트로엥의 상위 브랜드 DS는 프랑소아와, 롤스로이스 블랙뱃지는 티모시에베레스트와 각각 호흡을 맞췄다. 특히 메르세데츠-벤츠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의 빨간색 쿠페 마이바흐6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포르셰는 다른 슈퍼카 브랜드 부스와 좀 떨어진 장소에 따로 은밀한 공간을 만들고 올 11월 선보일 예정인 파라메나 풀체인지 모델을 숨겨 놓았다. 이를 보려는 관람객은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카운터에 맡기고 순서대로 입장해야 했다.

오전 11시부터 신차 소개가 시작됐다. 가운데 원형 분수를 중심으로 관람석 좌우에서 교대로 한 대씩 출연한 자동차는 8등신 모델들을 태우고 분수를 중심으로 유유히 두 차례 원을 그리고 돌면서 자태를 뽐냈다.

여성 라이더가 묵직한 엔진음을 들려준 자가토의 오토바이 MV Agusta F42도 인기였다. 컬렉터의 요청으로 단 한 대 만든 컨셉트 오토바이다. 신동헌 자동차평론가는 “바이크 매니어 사이에서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으로 메카닉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보여준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샹티이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리차드 밀, 일레스트레이션 알랭 볼두이르 Alain Bouldouy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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