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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공시…한미약품 ‘수상한’ 1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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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왼쪽)가 2일 오전 서울 방이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일 제약사로부터 항암제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받고도 이를 늑장 공시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대표적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한 뒤 다른 계약이 해지된 사실은 빨리 알리지 않아 호재만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봤다.

29일 낮 1조원 신규 수출 증시 공개
저녁엔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받고
30일 개장 초 급등 직후 악재 공시
호재 믿은 주식 투자자들 큰 손해

지난달 29일 오후 4시33분 한미약품은 세계 1위 바이오 제약사인 로슈의 자회사인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한미약품 매출액 1조3180억원의 76%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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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재가 나오면 다음날 급등은 예고된 수순이다. 30일 오전 9시 개장과 함께 한미약품 주가는 4.68% 상승 출발했다. 그러나 오전 9시29분 악재성 공시가 나왔다. 한미약품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지난해 7월 맺었던 85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주가는 10여 분 새 20% 가까이 급락했다. 주가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전날보다 18.06% 하락하며 마감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 1조1687억원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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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 공시가 이뤄진 것은 14시간23분이 지난 뒤였다. 24시간 안에 공시를 해야 하는 룰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전날 장 마감 후 호재성 공시를 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난달 30일 개장 직후 1조원대 수출 소식만 믿고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였다면 하루 만에 최대 원금의 4분의 1 정도를 날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개인은 2101억원어치 사들였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037억원과 74억원어치 팔아 치웠다. 정보가 늦은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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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주가조작이나 다름없다” “한미약품이 누군가에게 주식을 미리 팔 ‘29분’의 시간을 주기 위해 늑장 공시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으로 넘쳐났다. 나아가 “악재성 공시를 덮기 위해 호재성 공시를 전날 미리 내보낸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미약품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제넨텍에서 기술수출 계약 성사를 통지받은 것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 베링거인겔하임에서 기술수출 해지를 통지받은 것은 같은 날 오후 7시6분이라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24시간 이내 공시 규정을 지키기 위해 당일 오후 4시30분쯤 호재성 공시를 냈다”며 “호재성 공시 직후에 악재성 공시가 나가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을 우려해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해명에도 의문은 남는다. 상장기업의 공시는 거래소 승인 없이 기업이 알아서 하는 ‘자율 공시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오전 7시~오후 7시에 가동된다. 채현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장은 “계약 해지 내용을 오후 7시 이후에 알았다면 당일은 아니더라도 공시 시스템이 열리는 다음날 오전 7시엔 바로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미약품이 계약 해지를 공시 시스템에 바로 올리지 않고 지난달 30일 아침 거래소를 직접 찾은 경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 부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8시40분쯤 한미약품 담당자가 직접 거래소를 찾아와 계약 해지 공시 내용을 처음 설명했다”며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니 거래 시작 전에 빨리 공시하라고 얘기했지만 한미약품 직원은 ‘회사와 상의해야 한다’며 통화만 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공시한 제넨텍과의 기술수출 계약 성사는 거래소와 별다른 협의 없이 직접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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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미공개 정보와 관련된 주식 불공정거래는 이미 적발된 적이 있다. 지난해 3월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 발표되기 전부터 한미약품 주가는 급등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금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됐다.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선 미공개 정보를 알고 주식을 사고팔아 이득을 본 한미약품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에도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는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의 조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악재성 공시가 뜨기 전까지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대량 매도하거나 공매도를 해 부당이익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약품의 공매도량은 10만4327주였다. 2010년 7월 한미약품 상장 이래 최대치다. 금감원은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 사실을 통보받은 것이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이 맞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고란·이태경·박수련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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