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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음악] 말 같은 음악, 음악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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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영
음악학자·한양대 교수

‘말 많은’ 음악회가 유행이다. 전문가가 해설을 하거나, 아나운서나 유명인이 사회를 보거나, 연주자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말 많은 연주회는 이미 하나의 뿌리 깊은 트렌드가 돼 이제 와서 말이 음악적 경험을 돕는지, 아니면 오히려 방해하는지를 새삼스레 논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왕이면 연주회에서 말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한남동에 자리잡은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조재혁의 음악상자’ 공연에 갔던 것은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회에서 말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이 연주회는 대놓고 말이 많았다. 스트라디움에서 기획한 ‘라이브 앤드 톡(Live & Talk)’, 즉 연주자가 연주를 하면서 관객과 말로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시리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조재혁씨는 인기 클래식 방송 프로그램에서 빼어난 연주는 물론 깊이 있는 해석과 이를 전하는 말쑥한 말솜씨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다. 방송과는 달리 청중을 직접 대하는 연주회에서 어떤 말을 할지, 또 그 말은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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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말의 어울림을 들려준 피아니스트 조재혁. 연주자와 청중의 거리가 사라졌다. [사진 스트라디움]

이날 레퍼토리는 모두 쇼팽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연주회는 따뜻했다. 연주자와 청중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친구나 가족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진짜 조재혁씨의 가족도 와 있었다). 마치 18세기 유럽의 살롱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유난히 아담한 연주홀 덕에 연주자와 청중 사이가 가까웠던 탓도 있을 것이다.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레퍼토리(즉흥곡·조재혁씨는 소나타에 비해 ‘디저트’ 같다고 표현했다)도 이러한 따뜻함을 더했을 것이다. 그리고 말이 있었다. 어찌 보면 소소한, 그러나 그 안에서 언뜻 드러나는 예술가의 고민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방금 전 연주한 음악에서 나타나는 선율에 대한 개인적 감상, 앞으로 연주할 곡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전에 그 곡을 연주했을 때 있었던 일화, 그 곡을 연주하는 즐거움, 혹은 연주하는 데 만나게 되는 어려움…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주와 어울렸다. 그의 연주는 말의 연장이었고, 그 말의 예였다. 진지하게 집중력을 다해 치는 소나타는 그 주제에 어울리는 억양과 악센트를 가지고 있었고, 휘몰아치듯 연주한 즉흥곡은 또 그에 마뜩한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앙코르로 들려준 베토벤의 아름다운 2악장은 실은 연주자가 마지막으로 청중에게 건네는 또 다른 ‘말’이었다.

거기에 ‘말 많은’ 연주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말이 끼어드는 연주회가 바람직한가 아닌가 하는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말과 음악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가 문제다. 그것이 어울려 하나의 음악회를 이루어가느냐가 문제다. 음악이 말을 이어가는 연주회, 말이 음악의 감동을 연장해 주는 음악회라면 연주회에 말이 좀 많다손 치더라도 무엇이 문제겠는가.


정 경 영
음악학자·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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