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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시는 분석하면 난해, 그냥 즐겨야” 커닝햄 “나도 내 시가 어디서 끝날 줄 몰라”

한국문학번역원 ‘서울국제작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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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수명 시인(왼쪽)과 북아일랜드의 폴라 커닝햄.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이들은 “난해시는 없다. 열린 마음으로 즐기라”고 권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세계문학 서가 속의 한국문학은 여전히 초라하다. 지난 5월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받긴 했으나 여전히 문학 변방인 느낌이다. 문학이 올림픽처럼 순위 경쟁을 할 건 없지만 우리 문학 역량에 걸맞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5일부터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제6회 서울국제작가축제는 그래서 의미 있다. 축제는 국내·해외 젊은 작가들의 직접 소통창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한국문학번역원이 2006년 시작했다. 격년으로 열리며 동수의 한국·외국작가들을 한 명씩 짝지워 4∼5일 간 서로의 문학세계, 세계관을 나누도록 한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소설가 한강·김연수·편혜영, 시인 나희덕·최정례 등이 참가했다.

올해 축제는 ‘잊혀진, 잊히지 않는’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외국 14명씩의 작가가 참가 중이다. 아프가니스탄 소설가 모히브 제감, 보츠와나 시인 티제이 데마 등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소설가 정유정씨가 ‘대중소설’ 작가로는 처음 참가해 눈길을 끈다.

참가자 중 한국의 이수명(51) 시인과 치과의사이기도 한 북아일랜드 시인 폴라 커닝햄(53)을 28일 따로 만났다. 시는 소설에 비하면 소통이 두 배로 어렵다. 함축적인 언어 특성상 번역에 따른 손실이 커서다. 특히 이씨 시는 젊은 시인들의 어려운 시 중에서도 난해한 축에 꼽힌다. 한편 번역원이 제작한 600쪽짜리 축제 작품집에 번역 소개된 커닝햄의 다섯 편은 산문적이면서도 품고 있는 의미가 단순하지 않았다.
어떻게 짝이 됐나.
이수명(이하 이)=매년 발간되는 시선집 『베스트 브리티시 포이트리』를 가끔 구입해 읽는데 2015년 판에서 폴라 커닝햄의 시를 발견했다. 고유명사나 지명 등을 사용해 시가 구체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몽상적인 세계가 한 작품 안에 들어 있었다. 한국 시인들은 현실이나 환상,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커닝햄은 열려 있고 폭넓은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번역원에 초청해달라고 요청했다.

폴라 커닝햄(이하 커닝햄)=내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데 있어서 나는 아마 가장 부적절한 사람일 거다. 시 쓰는 과정은 시인인 나 자신에게도 항상 신비롭기 때문이다. 시를 쓸 때 나는 내 시가 어디서 끝날지 모른다. 모든 시, 모든 시의 주제는 스스로 어떤 요구를 하는 것 같다(※각각의 주제에 맞는 형식이나 언어가 필요하다는 뜻). 나는 그 요청에 항상 깨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커닝햄은 역시 번역원 작품집에 실린 이씨의 영어 번역 작품들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신비롭고 풍부하다. 매번 다르게 읽히고 새로운 기쁨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자꾸 읽게 되는데 그런 점이 뛰어난 시의 표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씨 시는 어려운 편인데.
커닝햄=독자가 반드시 한 편의 시에 담긴 의미를 모두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열 명의 독자가 각자 다르게 읽게 하는 것, 그게 시가 하는 일이다. ‘시는 의미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A poem should not mean but be)’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이=26일 커닝햄과의 공식 대담 직후 ‘ 왜 당신 시가 어렵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시’라고 말하는 외국 시인이 여럿이었다. 시를 분석하려고만 들지 말고 감각적으로 즐길 필요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난해시는 없나.
커닝햄=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시를 만나면 소리 내 읽으면서 음악성에 주목한다. 그럼 언어의 아름다움이 귀에 들어온다. 그럴 때 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도 그 작품이 호사스러운 음식처럼 느껴진다.

이=시가 난해하다는 건 결국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다. 시인들은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해 통상적인 방식과 다르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시인이 펼치는 새로운 감각을 자꾸 접하다 보면 난해하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시는 뭔가. 한 줄로 정의한다면.
커닝햄=너무 큰 질문이다. 경이로움을 간직한 언어의 결정체라고 답하겠다.

이=미지와의 만남? 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감정이나 생각을 발견해 느끼고 그걸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독자들에게 시의 탄생과정은 늘 궁금하다.
커닝햄=내 귀에 계속해서 들리는 어떤 구절, 단어에서 출발한다. 그럴 때 걷는다. 걸으면서 시를 짜맞추기 시작한다. 걷기의 리듬이 내게는 중요하다. 그 리듬이 언어의 리듬으로 바뀐다. 뭔가 부당한 일을 목격하면 나는 그에 대해 써야 한다. 작고 사소해서 무시당하는 존재에 대해 항상 흥미를 느낀다.

이=나도 비슷하다. 세상의 흔적이랄까, 불분명하고 작은 것들이 내 몸 안에 들어와 뚜렷한 자리를 갖지 못한 채 돌아다니다가 미처 언어로 표명되기 전 어떤 이미지를 만나 표출된다. 그게 시가 되는 것 같다.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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