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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년간 인권 사각에 방치됐던 정신병원 강제입원

보호자 동의와 의사 진단만으로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정신보건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1995년 제정돼 96년 시행된 지 20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로 “해당 조항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조항은 정신질환자에 대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 재판부는 “치료보다 격리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며 “입원 필요성 판단에 있어 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간 강제입원이 가족 간 재산 다툼 등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거듭돼 왔다. 가족 등 보호의무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이해만 맞으면 얼마든지 장기입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입원하게 되면 전화나 면회도 쉽지 않아 퇴원할 길은 막히기 일쑤였다. 한국의 경우 강제입원 비율이 70%로 프랑스(12.5%)의 5배나 되고, 평균 입원 기간은 정신의료기관 176일, 정신요양시설 3655일에 달한다(2013년 기준). 이번 위헌심판 역시 재산 문제로 자녀 2명에 의해 강제입원 당했던 박모(60)씨가 법원에 인신보호청구를 하면서 제기됐다.

문제는 정신병원 입원 환자가 8만여 명에 달하는데도 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는 데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80년대 이래 ‘자해·타해의 현저한 위험이 있고 그 위험이 지속되는 기간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판결해 왔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5월에야 정신보건법을 전부 개정하면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 서로 다른 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등 절차를 강화했다. 이 법은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국회는 헌재 결정을 토대로 관련 조항을 추가로 손질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정부는 강제입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몇 년씩 억울하게 정신병원에서 갇혀 지내야 하는 고통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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