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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엄벌…특별법 시행 따른 득실

 
‘가벼운 접촉사고여도 일단 입원하는 게 정답이다.’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주변에서 흔히 하는 조언이다. 아프지도 않으면서 입원한 속칭 ‘나일론환자’ 중엔 죄책감을 갖기는커녕 이런 식으로 보험금을 탔다고 떠벌리는 경우도 많다.

앞으론 보험금을 노리고 함부로 환자 행세를 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보험사기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30일 시행된다. 그동안 보험사기는 일반 사기죄와 똑같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했다. 특별법은 보험 사기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다스린다.

이때 보험사기란 ‘보험사고의 발생ㆍ원인ㆍ내용에 관해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를 말한다(특별법 제2조). 실손보험으로 처리된다는 병원 측 안내에 혹해서 미용시술을 도수치료로 진단명을 바꾸거나, 교통사고로 범퍼가 긁혔는데 문짝까지 고치는 과잉수리를 하는 것처럼 흔히 저지르는 일도 명백한 보험사기행위다. 특별법은 미수에 그친 보험사기도 처벌한다고 명시했다. 상습범이나 5억원 이상 이득을 취한 고액범은 가중처벌된다.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이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국회에 2년 반 동안 계류됐다가 지난 3월 통과했다. 보험사기가 계속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 그 배경이 됐다. 올 상반기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34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은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전체 보험사기 규모가 4조5000억원에 달할 걸로 추정한다(2014년 기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고객에게 돌아간다. 보험사기로 새는 보험금으로 인한 보험료 부담 증가분은 가구당 평균 23만원, 1인당 8만9000원으로 계산된다.

보험업계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손해보험협회 김영산 팀장은 “그동안 ‘얼마나 어려우면 그랬겠느냐’라는 온정적인 시각 때문에 보험사기가 줄지 않았는데 앞으론 특별법으로 인해 국민의 인식이 달라져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금융위 손주형 보험과장은 “얼마가 될지 예측은 어렵지만 보험사기가 줄어들 것”이라며 “새는 보험금이 줄면서 저렴하고 다양한 보험상품이 나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별법을 나쁜 의도로 활용하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목적으로 특별법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소비자를 압박해서 보험금을 깎거나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별법 시행령은 ‘보험사기로 의심할 합당한 근거가 있으면서 금융위에 보고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한 경우’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늦춰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합당한 근거’라는 게 다소 모호하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통계적ㆍ객관적으로 보험사기 행위로 뚜렷하게 의심되는 경우가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ㆍ삭감하는 보험사에 부과하는 과태료는 최고 1000만원이다. 금융위 측은 1건당 1000만원이므로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단체에선 ‘엄벌’이라고 하기엔 약하다고 지적한다.

특별법 시행에 맞춰 10월 4일부터 '보험신용정보 통합조회시스템’도 개통된다. 별칭이 ‘보험사기다잡아’인 이 시스템은 생명ㆍ손해보험뿐 아니라 공제기관(우체국ㆍ새마을금고ㆍ신협ㆍ수협)의 가입자 정보를 각 보험사 심사 담당자가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한국신용정보원 김진섭 보험정보기획팀장은 “민간 보험사와 공제기관이 서로 정보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처음 생겼다”면서 “고액의 보험을 집중 가입하는 등 보험사기 가능성이 큰 사람을 솎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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