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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제한한 '유신 집시법'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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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대에 만들어진 옛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구 집시법)인 이른바 '유신 집시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신청한 구 집시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구 집시법 3조 1항 2호 등 집회와 시위를 제한한 일부 조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선고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이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기본권 제한의 구체적 기준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조항으로, 1962년 12월 31일에 제정된 구 집시법 3조 1항 2호, 3호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거나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조항을 뒀다. 이 조항 때문에 당시 유신 독재에 반대하는 집회ㆍ시위 참가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헌재는 3조 2호 내용에 대해 "국가의 사법권한은 국민의 의사에 정당성의 기초를 두고 행사되어야 하고 재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오히려 사법작용의 공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집회ㆍ시위가 규제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법 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처벌대상을 정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며 "사실상 재판과 관련된 집단적 의견표명 일체가 불가능해져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했다"고 덧붙였다.

3호에 대해서도 "규제대상인 집회ㆍ시위의 목적이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채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설정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집단적 의견표명 일체를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조항들은 1989년 3월 법률 전부 개정으로 삭제됐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당시 이 조항이 적용돼 처벌을 받았던 이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원혜영 의원의 경우 박정희 정권 당시 민주화시위를 벌이다 1976년 9월 긴급조치 9호와 집시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옥고를 치렀다. 이후 긴급조치 9호는 위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집시법에 대해선 지금까지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각급 법원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내려왔다.

원 의원은 "집시법 3조는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잡아 가둔 악법조항 중 하나였다"며 "헌재의 결정으로 민주화운동을 하다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이들이 명예회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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