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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인당 2만2000원짜리 밥·관광…신고당한 신연희

“혹시 ‘김영란 세트’ 있나요?”

김영란법 첫날, 서면신고 2건
대한노인회 “김영란법 위반 소지”
구청 측 “연례행사, 3만원 안 넘어”
“시범케이스 피해라” 전국 몸 사려

“알아서 3만원에 맞춰 드릴 테니 안심하고 오세요.”

서울 서초동의 한정식집 ‘온새미’는 28일 걸려온 손님의 예약 문의 전화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오후 7시쯤 이 식당의 11개 방 중 손님이 든 건 3개뿐이었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 한국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나타났다.
 
◆‘오늘은 칼퇴 하는 날’ … 식당은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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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점심시간 손님이 없어 한산한 서울중앙지법 인근의 한식당. [사진 강정현·김경록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28일 오후 6시30분쯤 30대 중반 남성 3명이 정부서울청사를 빠져 나왔다. 이들은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며 “오늘부터 김영란법 한다잖아” “오랜만에 집에 일찍 가보겠네” 등의 대화를 나눴다. 그러더니 담배를 끄고 곧장 광화문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공연업계에선 ‘김영란 티켓’이 등장했다. 공연 기획사 빈체로는 오는 1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을 연다. 2, 3층 좌석 전부 2만5000원짜리 B석으로 책정했다.
 
◆경찰, "김영란법 서면 신고는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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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붐비는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사진 강정현·김경록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이중 한 건은 박식원 대한노인회 강남구지회장이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강남경찰서에 신고한 것이다. 박 지회장은 강남구가 이날 관내 경로당 회장 160명을 초청해 관광을 시켜주고 점심을 무상으로 제공한 부분이 김영란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청 측은 이에 대해 “연례 행사이며 금액도 1인당 2만2000원이라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수사에 나섰다. 또 강원경찰청에선 소속 경찰관이 떡 상자를 배달받자 즉시 청문감사관실에 서면 신고했다.
 
◆교육계 ‘어머님, 음료수도 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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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초교 정문에는 학부모용 물품보관함이 마련됐다. [사진 강정현·김경록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초등학교 운동장. 학부모 10여 명이 수학여행 가는 6학년생 배웅을 위해 운동장에 모였다. 예년과 달리 교사를 위한 간식을 준비한 학부모는 없었다. 학급담임에게 간식을 건네며 “아이들 간식인데 배가 고프다고 할 때 먹여 달라”고 거듭 확인했다. 자양강장제 한 박스를 들고 온 한 학부모는 버스 운전자 6명에게만 자양강장제를 한 병씩 건넨 뒤 남은 4개는 도로 챙겨갔다.

학교 정문의 풍경도 바뀌었다. 서울 도봉구 서울외고 앞에는 ‘부정청탁 금지법을 적용받는 기관으로서 음료수도 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배치됐다.
 
◆꽃집들 “평소 20개 배달, 오늘은 3개”
화훼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연세세브란스병원, 강남·여의도 성모병원 등의 장례식장에는 조화들이 진열돼 있었지만 대부분 전날 온 거였다. 오후 3시쯤 여의도 성모병원에 조화를 배달하러 온 박영은(62)씨는 “보통 이맘때 강남부터 시작해 여의도까지 장례식장 10군데를 돌았는데 오늘은 이 화환이 첫 번째”라고 말했다. 조화보다 더 심각한 건 인사철에 학교나 관공서 등에 배달되는 동양란이다.
 
◆정부 부처·관공서 “‘더치페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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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는 김영란법 책이 등장했다. [사진 강정현·김경록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원 단위까지 나눠서 계산해 주세요.” 오후 1시쯤 서울시 중구 D참치전문점 계산대 앞에 중년 남성 3명이 각자 신용카드를 들고 나란히 서 있었다. 세 사람이 먹은 건 2만3000원짜리 정식 세 개와 맥주 두 병. 각자 1인당 2만6300원씩을 계산했다. 이들은 “첫날부터 괜히 찝찝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 더치페이를 했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북한인권기록센터 현판식 직후 행사 관계자들과 종로구의 한 한식당에서 일품 메뉴(최고가 1만5000원)로 식사를 한 뒤 더치페이를 했다.
 
◆SNS에 올라온 ‘란파라치’ 피하는 법
형사정책연구원 특수범죄연구실 강석구 박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란파라치 주의 10계명’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글이다. 강 박사는 “김영란법이 가지고 있는 맹점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와 블랙 코미디를 섞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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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기업이 출연한 여러 공익재단의 언론인 연수지원을 금지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여기자협회는 28일 공동성명을 내 “권익위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공익재단이 지원하는 언론인 해외연수제도는 모두 폐지될 것”이라며 “민간인인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취지를 살려 재교육 기회 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① 김영란법 신고 1호는 ‘캔커피 받은 교수’
② 함께 식사한 의원·장관·시장도 순대값 1만3000원 내려고 줄섰다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사회 오나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청렴성 회복이 기대된다는 반응과 함께 우리 사회가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감시 사회’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드러냈다. 이규진 대법원 양형실장은 “한국 사회의 엷어진 윤리·도덕 의식에 대전환이 생기면서 사회가 청렴해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생활 속에서 서로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인천=김윤호·최모란 기자, 홍상지·노진호·윤정민·김나한·백민경·송승환·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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