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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들 ‘티켓 1+1’ 사재기, 정부 보조금 수십억 빼돌려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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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경제적 손실을 본 문화계를 돕고자 마련된 ‘공연티켓 1+1’ 사업을 악용한 극단·제작사 관계자 22명이 입건됐다.

극단 대표 1명 구속 등 22명 입건
작년 메르스로 타격에 300억 지원
관객이 티켓 한 장 사면 한 장 더 줘
극단이 사서 보조금 챙기고 되팔아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범죄2부(부장 이근수)는 국가보조금 5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극단 대표 A씨(42)를 28일 구속 기소했다. 또 1억4000만원가량을 편취한 B씨(44)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을 약식 기소했다. 검찰은 “편취 액수 3000만원 미만의 업체 25곳은 환수 조치를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의 ‘1+1’ 사업엔 예산 30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올 2월 말까지 총 1548개의 작품을 지원했다. 소비자가 티켓 한 장을 사면 정부가 한 장을 공짜로 얹어주는 식이 다. 관객은 저렴하게 공연을 볼 수 있고 제작사는 매출 이 줄지 않는 일석이조라고 정부는 홍보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책의 허점을 파고든 불법·편법이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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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을 빼돌리는 데엔 ‘사재기’ 수법이 동원됐다. 즉 소비자가 아닌 제작사가 직접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어치 ‘사재기’를 하면 정부로부터 1억원을 돌려받게 된다. 제작사로선 실질적으로 나가는 돈 없이 2억원어치의 티켓을 확보하는 셈이며, 이를 다른 판매처에 할인해 팔아 이득을 봤다. ‘1+1’ 사업 독점예매처인 인터파크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가능했다. 검찰은 “제작사가 직원·배우 명의의 수백 개의 아이디 확보는 기본이었고, 때론 보습학원 등을 무작정 찾아가 무료 공연을 보여 주겠다고 꾀어 학부모들의 아이디를 얻어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이디를 제공해 주겠다는 브로커도 등장했다. 본지가 대학로 관계자 10명에게 문의한 결과 이 중 8명이 “직간접적으로 브로커의 제안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공연 기획사 대표 H씨는 “아이디 1000개를 넘겨줄 테니 매출 40%를 달라고 하더라. 사채까지 끌어다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4개월간 수사한 결과 돈을 주고받은 브로커는 발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제작사끼리 아이디를 주고받는, 이른바 ‘품앗이’도 빈번했다. 이와 관련, 연극제작사 대표 J씨는 “(사재기는) 몇 년 전부터 비일비재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매처 순위를 올리려고 제 돈 내고도 사재기를 할 판인데 보조금을 준다니 ‘웬 떡인가’ 싶지 않았겠느냐 ”고 말했다.

한편 ‘1+1’ 사업의 관리감독 기관인 문예위 관계자는 “수차례 현장 실사를 나갔지만 100% 안전장치를 두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전했다.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공연계의 일탈은 유감스럽지만 ‘잠재적 범죄자’를 유발시킬 수 있는 지원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연 한양대 겸임교수는 “‘1+1’ 사업은 소비자가 작품을 선택함에 따라 인기작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양극화를 부채질하며 공공성을 떨어뜨린 졸속 지원책”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우·송승환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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