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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같은 삶…“인자 가자, 깐닥깐닥 구경 잘했다”

2013년, 전남 화순에 사는 93세의 박삼순 할머니가 자살기도를 했다. ‘장례비로 쓰라’며 30만원을 곁에 두고 수면제를 삼켰다. 손녀 이소현(35) 감독은 그해 여름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댁을 찾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지 못하게 곁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한 일상을 담기 시작한 작업은 2년 6개월간 이어졌고, 결국 그의 생애 첫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29일 개봉하는 ‘할머니의 먼 집’ 이야기다. “할머니 왜 죽을라 그랬어?” “성가신 게. 나이가 이렇게 많으니 죽어야제.” “죽으면 나 못 본디 괜찮여?” 지난해 11월 열린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이 영화가 공개됐을 때, 많은 관객은 시작부터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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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의 집 마당을 청소하는 박삼순 할머니. 손녀 이소현 감독은 그의 일상을 화면에 담았다. [상상마당]

‘할머니의 먼 집’은 가족 앨범 같은 다큐멘터리다. 외할머니와 큰 손녀가 함께 하는 일상 등 지극히 사적인 풍경을 통해 노년의 삶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수작이다. 태어나 대학 졸업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산 이 감독에게 할머니는 “부모님도 주지 못한 큰 사랑을 주신 분”이었다. 짧게 예정됐던 촬영은 이 감독의 큰외삼촌, 즉 할머니의 큰아들이 실족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연장됐다. “제가 곁에 있으면 할머니가 금방 나아지실 줄 알았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1년여간 저녁마다 ‘외숙이 오실 것 같다’며 현관문을 닫지 못하셨어요.” 이 감독의 말이다. 카메라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할머니의 쓸쓸한 뒷모습을 어루만진다.

외손녀가 만든 다큐 ‘할머니의 먼 집’
자살 시도한 93세 외할머니와 동거
함께 울고 웃은 2년6개월 일상 담아

그토록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싶어했으면서도 일어나면 마당을 청소하고, 꽃 화분에 물을 주고, 텃밭을 가꾸는 일을 놓지 않는 할머니, 아들을 잃고 막걸리를 마시며 자주 취하면서도 “막걸리 요거 안 먹고 참다가 죽으면 뭔 소용이냐”며 술잔을 드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좇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풍경 한가운데서 끝내 마주하게 되는 건 알게 모르게 각자의 방식으로 할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다. 당신의 긴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듯 손녀와 저수지로 산책 나온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인자 가자, 깐닥깐닥 구경 잘했다. 어디 먼디 구경 온 것 맹이로.”

한예종 영상원 출신인 감독은 NGO 단체 취업을 준비하며 다큐를 찍었다. 음향을 전공한 그는 귀가 어두운 할머니를 위해 큰 소리로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다듬어 다큐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했다. ‘집(삶)’에서 또다른 ‘집(죽음)으로’ 가는 짧은 소풍 같은 우리네 삶을 더 애틋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하는 귀한 영화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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