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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한국 친구들, 예쁜 교복. 학교 가는 게 즐거워요"…베이징 신차오외고에서 편입한 중국 학생의 한국 고교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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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여고에 편입한 15명의 중국 유학생과 일대일 멘토를 맡은 한국 학생 15명. 이들은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모여 수업 중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다시 설명해주거나 보충 교재를 추천해주는 등 유학생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김춘식 기자

22일 오전 11시50분. 미림여고(서울 관악구) 건물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바쁜 걸음으로 급식실로 향하는 학생들과 달리, 서른 명의 학생들은 책을 들고 2학년 1반 교실로 모였다.

한국어학과 120명 중 62명 지원, 50명만 선발돼
한국 학생에게 세계 무대에 대한 안목 틔우는 효과도
신차오외고 "내년에는 90명 이상 한국 유학 원해"

2학년 김혜림 양은 "하나도 모르겠다"고 풀 죽은 친구에게 "모르는 게 당연하다"며 다가앉아 하나씩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청산별곡'의 한 대목을 설명하는 내용이 다소 특이하다. 김양이 "여기서 '시름'은 뜻이 딴신(?心·걱정)이고, '한'은 뚜어(多·많다)야"라 설명하자 이를 듣던 학생의 표정이 환해지며 고개를 끄덕인다.

김양의 설명을 듣고 있는 15명의 학생들은 이달 1일 중국 베이징 신차오외고에서 미림여고로 편입한 중국 학생이다. 올 2학기부터 신차오외고 3학년 한국어전공자 120명 중 50명이 미림여고·우신고·대원외고·명덕외고 2학년으로 유학 와 수업을 듣고 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한국 유학을 지원한 학생은 62명이었고, 면접을 거쳐 선발된 인원이 50명"이라 말했다. 이들은 교환학생이나 단기 어학연수가 아니라 아예 편입을 해 정규 수업을 모두 소화한다.

대원외고와 명덕외고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특목고라는 학교 특성상 학생들의 적응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일반고인 미림여고와 우신고는 유학생만을 위한 방과후 수업을 마련하는 등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응을 돕고 있다.

미림여고에는 중국 학생을 도와줄 한국인 재학생을 선발해 일대일 멘토링을 시행 중이다. 모르는 내용을 수시로 묻고 답해줄 단짝 친구를 맺어준 거다. 멘토를 자청한 원예나양은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모여 그날 수업 중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다"며 "중국 친구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문학이나 수학까지 공부하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다.

틈틈이 공부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시간을 같이 보낼 때가 많다. 왕밍양은 "문제집도 같이 사러가고 명동이나 동대문도 구경하고 노래방도 다녀왔다"며 "유학 오기 전에 한국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많이 긴장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한국 친구들이 훨씬 친절해 마음이 놓였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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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여고에 편입한 15명의 중국 유학생과 일대일 멘토를 맡은 한국 학생 15명. 이들은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모여 수업 중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다시 설명해주거나 보충 교재를 추천해주는 등 유학생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김춘식 기자

우신고는 중국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 수업을 특화했다. 한국어 특강은 물론, 수학과 영어 수업도 신차오외고에서 배웠던 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새로 개설했다. 중국은 학교별로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로워, 신차오외고의 수학 진도는 현재 고1이 배우는 범위밖에 배우지 않은 상태다. 조허윤군은 "정규 수업 시간에는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많지만,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유도와 색소폰 등 기존 2학년 학생들이 1학년 때 배웠던 '1인 1예1기' 수업도 중국 학생들을 위해 다시 열었다.

중국 학생들은 "하루종일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 미림여고 차이샤오양은 "중국에서는 오후 9시에 모든 공부를 마치고 10시면 잠자리에 들었다"며 "한국 친구들은 오후 10시에 자습이 끝나도 다음날 오전 1~2시까지 자습을 이어가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얘기했다. 허가위군도 "중국에서는 친구들과 자주 탁구나 농구를 했다. 여기서는 체육 시간 외에는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어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한국 교복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미림여고 초우선양은 "중국 교복은 위아래 흰색 트레이닝복이고 상의에 빨간 글씨로 '신차오(新敎)'라고 쓰여있었다. 한국에서 예쁜 블라우스에 조끼, 스커트를 입고 등교하면 마치 한국 드리마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학생도 마찬가지다. 장욱군은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교복을 반듯하게 다려 입고 넥타이를 멜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유학생을 맞은 한국 재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우신고에서는 '한중 문화 교류'라는 자율동아리를 구성했다. 중국에 관심이 많았던 한국 학생들이 유학생들을 자기 집에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주말이면 남산이나 동대문 등 명소를 같이 다니며 한국 소개에 나섰다. 유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에 매일 찾아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학생도 적지 않다. 김현일 우신고 교장은 "한국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유학생에게 다가가 중국어도 배우고 한국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학년 2학기로 편입한 중국 학생들은 1년 6개월 동안 고교 과정을 마치면 한국어능력시험(TOPIC·토픽) 시험 성적에 맞춰 외국인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최고 등급이 6급인 토픽 시험에서 4급을 받으면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주 교장은 "일차 목표는 토픽에서 4급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돕는 것이지만, 대학 진학 이후에도 학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게 하려면 영어나 수학 등 다른 과목 실력도 쌓아야 한다"며 "정규 수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모두 한국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K팝을 좋아하는 차이샤오양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가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닥. 허가위군은 "서울대 공대에서 공부한 뒤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주 교장은 "신차오외고에서 내년에는 90명 이상의 유학생을 한국에 보내고 싶어한다"며 "주말이면 학교 시설을 견학하러 오는 중국 학부모와 학생이 꽤 많다"고 말했다. 김현 교장은 "현재 일반고는 외국 학생을 정원의 2%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육을 통해 한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일반고도 '한류 중점학교'나 '유학 거점학교' 등을 지정하고 외국인 선발을 가능하게 하는 등 제도적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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