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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손해” 욕설 전화 2100통…“안주에 이물질, 100만원 내놔”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H증권 지점 직원들은 요즘 전화기만 봐도 울렁증을 느낀다. 지난해 4월 이 지점을 통해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4000만원의 손해를 본 장모(46·여)씨 전화 때문이다. 처음엔 “손실을 보상하라”며 점잖게 얘기했던 장씨는 점차 직원들에게 “개X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열 달 동안 사무실로 걸려 온 전화 횟수가 2100 건이 넘었다. 회사가 지난 4월 장씨를 고소했으나 장씨가 “선처해 달라”며 사과하자 취소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전화가 시작됐다. 업무방해 혐의로 장씨를 입건한 대구 수성경찰서는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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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상대를 부당하게 괴롭히는 이른바 ‘갑질 횡포’가 사회에 만연해 있음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지난 1일 ‘갑질 횡포 근절 집중단속’을 시작한 뒤 19일까지 총 1189명이 입건됐다. 가장 건수가 많은 분야는 ‘블랙컨슈머(악덕 소비자)’의 불법 행위다. 566명(47.6%)이 적발됐다. 박찬우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계장은 “갑질 사례 중 블랙컨슈머가 가장 많다는 것은 갑질 문화가 특정층에 한정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경찰 ‘갑질’ 단속 1189명 입건
장애인 고용한 ‘24시간 중국집’
식당 숙식, 5년간 퇴근 없이 일시켜

서울 중랑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오모(45)씨도 블랙컨슈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달 초 친구 3명과 함께 술을 마시러 온 김모(24)씨가 “안주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며 협박했다. 새로 안주를 내주고 술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김씨는 응하지 않았다. 대신 20여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합의금 1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가게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 오씨는 20만원을 송금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김씨를 공갈 혐의로 입건했다.

인천시의 한 대형마트 직원들에게 김모(44)씨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는 올해 초 잡곡을 주문한 뒤 배송이 늦어지자 마트에 수차례 전화했다. 한 시간 넘게 전화기를 붙잡고 “잡곡을 먹지 못해 본 건강상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매장에 와 가방을 내던지며 행패를 부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게도 전화를 걸어 몇 시간씩 전화를 끊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블랙컨슈머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던 일반 소비자들이 인터넷의 발달로 ‘내가 영업에 치명적 손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늘기 시작한 신종 갑질”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등 조직 내에서 상관들이 약자를 부당하게 괴롭히는 전통적 형태의 갑질 횡포도 많았다. 이번에 단속된 직장·조직 내에서 지위를 이용한 폭행·성폭행 등의 부당 행위는 125건(10.5%)이었다. 서울 은평구의 ‘24시간 중국집’ 주방보조로 일한 지적장애 3급의 장모(46)씨에게는 지난 5년간 ‘퇴근’이 없었다. 정해진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였지만 음식점 내부에서 숙식을 해결한 탓에 손님이 오면 자다가도 일어나 요리를 해야만 했다. 월급은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치는 100만원 안팎이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중국집 주인 최모(48)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식물원에서 지난 4월부터 일한 캄보디아 여성 N(24)은 원장 김모(61)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묘종 옮겨 심는 방법을 알려 준다며 몸을 더듬고 뽀뽀를 했다. 항의하는 N에게 김씨는 “한국에선 원래 다 이렇다”고 주장했다. 광주경찰청 외사과는 김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하관계를 이용한 갑질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강한 징벌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윤재영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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