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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미 핵우산, 30분내 평양에 보복…한국내 전술핵 무의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일부 인사가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미군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반대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입장과 달라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외교안보 자문으로 지난 3월 발표한 찰스 큐빅 전 해군 소장은 지난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집권 땐 전술핵 배치 등 어떤 선택도 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큐빅 전 소장은 “트럼프는 국가들이 안보에 필요한 적절한 무기 체계를 선택하는 데서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냉전 시기 유럽의 경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소련 탱크의 침공을 막기 위해 어떻게 대응했는가”라 반문한 뒤, “당시 우리는 4대 1로 수적 열세였고 (이를 보완한 게)전술핵이었다. 핵 포탄도 있었고 핵탄두 순항 미사일도 있었다”고 예를 들었다.

이는 오바마 정부와 미국 조야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물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는 것과 다르다. 존 울프스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선임국장이 지난 21일 “전술핵 재배치는 대북 억지력을 개선시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전략핵무기는 적의 심장부를 엄청난 파괴력으로 선제적으로 강타해 전쟁을 수행할 능력과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게 목표다. “핵탄두로 서울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위협이 전략핵에 해당된다. 서울 등 수도권에 인구와 기간 시설이 집중돼 있고 국토가 좁은 한국은 선제 핵 공격을 받으면 후속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반면 전술핵은 제한된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를 전장에서 특정 군사적 목표를 대상으로 공격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타격력을 최대화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1990년대 조지 HW 부시 행정부 때 모두 철수됐다. 당시 미 정부는 유럽·아시아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 2400여기를 본토로 옮겨 일부를 폐기했다. 여기엔 핵 포탄 1000여개, 랜스미사일용 핵탄두 700여개, 200여개의 B57 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공격어뢰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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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재배치는 핵 공격에는 그에 상응하는 핵 보복이 즉각적으로 따른다는 ‘공포의 억제 전략’을 논리로 한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는 있어도 현재 한미 연합방위 체제에선 군사적 효용성으로 볼 때 큰 의미가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북한의 한국 공격은 미국 공격과 다름없다. 그래서 미국이 제공하는 게 핵 우산이다. 미국 군사 정책에서 3대 핵우산은 미니트맨과 같은 미국 본토의 핵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B61(전술핵)·B83(전략핵) 핵폭탄을 싣고 괌 앤더슨공군기지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는 B-2, B-52 폭격기 및 동해나 서태평양 어딘가에서 움직이는 오하이오급 잠수함의 트라이던트Ⅱ 핵미사일이다. 이들 3대 자산은 길어봐야 수시간 내 원거리에서 핵 보복을 가할 수 있다. 지난 3월 미군 당국이 한국 국방부 대표단에게 발사 시험을 공개했던 미니트맨 ICBM은 발사 후 30분내 평양을 폭격할 수 있다. 양욱 한국국방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점에서 핵 탄두가 한국에 있으나 한국 바깥에 있으나 미국의 한국 방어의지가 확고한 한 군사적 보복과 억제 효과에선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이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데 악용하며 대북 제재와 대북 협상 모두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철수는 1991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이뤄졌다. 따라서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도 비핵화를 위반한 만큼 북한의 핵 보유를 문제삼지 말라’는 식으로 북한이 악용할 것이라고 북핵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 역시 재배치에 반대하며 대북 제재 국면이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도 북한이 남북 모두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며 핵 보유를 인정받는 상태에서 대미 관계를 개선해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역 전술핵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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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