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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제2의 고향 부여에 희귀 유물 186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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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부여읍 의열로 부여문화원 전시실에서 열린 ‘유홍준 교수 기증 유물전’ 개막식에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오른쪽)가 관람객들에게 ‘성균관 탕평비’ 탁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부여문화원]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67) 명지대 석좌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5도 2촌’을 실천해왔다. 주중 닷새는 서울에서 일을 보고, 주말 이틀은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지은 집 ‘휴휴당(休休堂)’에서 자연을 벗 삼아 지냈다. 누적 판매부수 370만 권을 기록하며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만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집필 과정에서 부여를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유 교수는 백제와 부여에 관계된 글씨와 그림을 알뜰하게 모았다.

부여문화원서 ‘기증 유물전’ 개막
자체 소장품 없다는 말에 팔걷어
안희정 지사, 춤꾼 이애주 등 참석
"많은 이가 부여 찾는 계기 됐으면"

“때가 되면 줄 것 주고, 버릴 것 버리고 냇가에 앉아서 빈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나 하려 작심했는데 맞춤한 기회가 온 듯해요. 많은 분들이 부여를 찾아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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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유물 중 한 점인 유한지의 글씨 ‘수북정’.

24일 오후 부여읍 의열로 부여문화원에서 열린 ‘유홍준 교수 기증 유물전’ 개막식은 민관(民官)이 화통하게 손잡은 문화 환원의 현장으로 200여 명 손님들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부여문화원(원장 정찬국)에 자체 소장품이 한 점도 없다는 말을 듣고 선뜻 희귀 유물 186점을 내준 유 교수의 백제 사랑이 우선 화제였다. 답사기 집필에 쓴 각종 자료 4000여 권을 정리해 ‘휴휴당 문고’를 만든 것도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현장을 찾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앞으로 기증 유물을 전시할 독립공간을 짓고 학술 연구와 문화콘텐트 생산까지 뒷바라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유 교수는 추가로 유물을 더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엔 백제를 노래한 서화와 부여 출신 미술가들 작품으로 구성한 ‘백제의 향기’전만 준비했는데 부여군이 적극 달려드는 바람에 내 답사기에 나오는 작품들로 꾸린 ‘나의 애장품’전과 근대미술연구 서화 자료전까지 3부로 커졌어요. 백제의 아름다움을 함축한 ‘검이불루 화이불치’,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백제의 미학을 국민들 가슴에 담아주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유 교수의 통 큰 기부를 축하하려 개막식을 찾은 벗들은 진심어린 덕담으로 유물에 버금갈 오랜 우정을 과시했다. 언론인 임재경씨는 “말발, 글발에 마음발도 1등급”이라고 평가했다. 소리꾼 임진택씨는 “대학시절부터 부지런하게 사람들 챙기던 유 선배는 서화컬렉션에 이어 인물컬렉션을 전시하라”고 제안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장은 “글씨를 그림보다 중시하는 안목은 요즘 보기 드문 학자의 본보기”라고 평가했다. 전시품 중 오윤 판화의 주인공이었던 춤꾼 이애주씨는 그림 앞에서 직접 춤 동작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함께 전시된 유 교수의 부채 그림을 보던 화가 김정헌씨는 “무면허가 면허보다 낫다”고 친구의 다재다능함을 북돋웠다.

유 교수는 “민족적 정서 내지는 향토적 서정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른 백제의 향기가 오랫동안 잊혀 왔던 감이 있다”며 “백제라는 문화적 DNA, 향토적 DNA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문화적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부여=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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