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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 릴레이 기고 <5> 가자 미래로, 평화통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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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
서울대 교수

2016 평화 오디세이호의 출항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 어둠 속에서나마 희망을 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항 전야는 암울했다. 한강의 기적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지 오래고, 북한의 핵실험과 개성공단의 철수, 중국의 사드 문제로 인한 외교적 압박 등 한반도 주변 정세도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약소국의 설움’이라는 비겁한 변명이나 늘어놓아야 할까?

평화 오디세이호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현장에는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斷指同盟)으로 뿌린 붉은 핏방울이 선명했다. 막대한 재산을 독립운동에 모두 쏟아붓고 오두막에서 처형장으로 끌려간 최재형 의사의 피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조선 13도를 열세 걸음으로 음미하며 죽음을 선택한 김알렉산드라 의사가 아무르 강변에 뿌린 피도, 이념은 달랐지만 모두 똑같이 붉은 열사(烈士)의 피였다. 순국에 대한 경건함은 만행에 대한 증오로 변해갔다. 열사의 핏방울에 상기된 눈빛은 분노에 떨었고 꽉 깨문 어금니는 결의를 다졌다. 그 순간 모두의 마음은 하나였다. 단 한마디 주고받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지평선이 아득히 보이는 드넓은 대지, 잡목이 우거진 거친 땅, 거대한 아무르 강의 도도한 흐름, 그러나 대륙의 향수에 젖어 땀 흘려 찾아 오른 성터는 발해 성터가 아니었단다. 이름 모를 잡초 아래 잠든 의사와 열사의 한 맺힌 영혼은 하늘로 흩어져 버렸고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 발해 대제국의 호쾌한 기상은 파편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고 위를 보고 또 아래를 봐도 이곳은 분명 러시아 땅, 저 멀리 재 넘어는 중국 땅, 그 어느 곳에도 우리 땅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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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이 2011년 연해주에 세운 안중근 단지동맹 기념비. 그 앞 비석엔 혁명동지 12명의 핏방울을 형상화한 비석도 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再生)할 수 없다”는 단재(丹齋)의 절규는 역사란 지난 과거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준비라는 가르침이리라. 일제가 군함과 전투기를 생산해 동북아를 침탈하고 러시아가 9288㎞의 철도를 건설해 극동으로 진출할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일본이 화혼양재(和魂洋才)를 외치며 산업화에 매진할 때, 조선은 위정척사(衛正斥邪)를 부르짖으며 과거로 회귀하지 않았던가? 산업혁명이라는 인류 문명사적 대변혁기에 미래를 버린 민족에게는 설 땅이 허락되지 않았다. 조선은 역사를 잊은 것이 아니라 미래를 버렸을 따름이다.

자, 이제 눈을 들어 다가올 미래를 보자. 산업혁명(제1, 2차)에 의한 산업사회가 가고 지식혁명(제3,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지식기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평화 오디세이호의 망루에서 저 멀리 바라본 미래는 꿈에 그리던 신천지였다. 새로운 항로는 새로운 문명의 탯줄이다. 대서양 항로를 기반으로 소국 네덜란드와 영국이 패권국으로 일세를 풍미했다면, 대한민국이 북극 항로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기를 주도하는 데 한몫할 수 있을지 않을까? 북극 항로에는 한·중·일 3국과 러시아가 공존공영할 수 있는 공통 인수가 속속들이 숨어 있다. 가스 파이프라인이나 동북아 수퍼그리드 같이 당장 착수할 수 있는 에너지 협력으로부터 믈라카 해협과 스에즈 운하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기의 물류 중심축의 대이동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평화 오디세이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이다. 출항과 동시에 시작된 통일 논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갑론을박으로 시간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북핵 6자회담의 실패, 제각기 진단도 다르고 처방도 달랐지만 이들의 난해하고 복잡한 퍼즐 조각들을 하나둘 맞춰나가는 일은 더욱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4강, 미국·러시아·일본·중국의 이해관계가 통일의 결정 변수라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먼저 동북아 4국이 새로운 세기를 열어갈 북극 항로를 중심으로 상부상조하며 협력할 수 있는 일부터 서둘러 찾아보면 어떨까? 동북아 4국의 화기애애한 북극 항로 협력테이블에 미국과 북한을 초대하면 성공하는 경제 6자회담이 되어 실패하는 북핵 6자회담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평화통일의 부푼 꿈을 안고 평화 오디세이호의 다음 행선지를 기대해 본다.


김 태 유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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