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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유령수술’막아줄 수술동의서 표준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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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최근 유명 성형외과에서 일명 ‘유령수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스타의사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고 정작 수술은 다른 의사가 했다.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단순히 진료기록만 보고 시행한 수술은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부작용으로 분쟁이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사실상 모든 의료정보는 의료기관이 독점하고 있다. 환자가 의료기관 측의 위법성을 입증해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런데 현행 의료법상으론 유령수술을 한 의사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유령수술에 대해 비도덕적 의료 행위를 했다는 사유로 1개월 내지 3개월의 의사 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유령수술을 한 병원장이 형법상 사기죄로 기소돼 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더 강력한 상해죄로 기소된 예는 아직까지 없다. 미국에서 이미 1983년에 유령수술을 한 의사에게 형법상 상해죄를 인정한 것에 비하면 유령수술에 대한 한국 내 처벌 수위는 지나치게 낮다.

공정위는 유령수술을 예방하고 유령수술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피해구제를 위해 지난 6월 ‘수술동의서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현재 각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술동의서에 개정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재정비 작업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새로운 수술동의서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수술동의서 개정 전에는 수술에 참여하는 주치의 1인의 성명만 기재하도록 돼있었다. 그러나 개정 후엔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집도의의 성명과 함께 전문의·일반의 여부, 구체적인 전문(진료)과목을 적도록 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상태 또는 의료기관의 사정에 의해 집도의를 변경할 경우에는 반드시 사유를 설명하고 환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도록 했다. 의료기관의 자의적인 집도 변경을 방지하기 위해 ‘응급환자의 진료’, ‘집도의의 질병·출산’ 등 의료기관의 사정으로 집도의가 변경될 수 있는 사유를 수술동의서에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했다.

수술동의서 개정으로 환자는 의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집도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 측은 자의적인 집도의 변경을 할 수 없게 돼 환자에 대한 책임과 계약 준수 의무가 강화됐다. 현재와 같이 유령수술을 한 의사에 대한 형사적인 처벌이 미약한 현실에서 이번 수술동의서 개정은 의료기관의 계약 위반행위에 대해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따른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유령수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표준약관은 법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양 당사자 간의 계약이 공정하게 성립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의료분야에 있어서 수술동의서 표준약관은 의료 소비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고 양측의 분쟁을 최소화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낼 것이라 확신한다.

정 재 찬
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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