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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네트워크 사회’ 역행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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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환
포스코ICT 대표이사

“너그 서장 어디 있노? 너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너그 서장하고 어저께도 같이 밥 묵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다 했어!“

영화 ‘범죄와 전쟁’에 나오는 극중인물 최익현. 그의 대사는 어눌하고 짧지만 그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서장의 집을 알고 밥도 먹고 사우나도 함께 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그것을 이용하려 든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오래된 수첩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낡은 수첩을 10억 원짜리라고 자랑한다. 수첩에는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다. 수갑을 찬 채로 경찰관의 뺨을 때릴 수 있는 객기도 이 수첩에서 나왔으리라. 비록 삐뚤어진 모습이긴 하지만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준다.

네트워크가 좋다는 것은 중요한 능력이다. 네트워크가 좋을수록 그것을 가진 개인과 조직의 힘은 강해진다.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에도 관시(關係)가 있다. 이런 네트워크가 이제는 인터넷을 통하여 그 힘을 넓히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SNS가 전 세계인을 네트워크화 시키고 있다. 과거 ‘범죄와 전쟁’에서 최익현의 낡은 수첩이 있었다면, 이제는 SNS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이렇게 앞으로는 ‘네트워크 사회’이다.

사회적 네트워크에는 투명하고 깨끗한 링크가 있는가 하면, 위의 최익현의 경우처럼 불투명하고 부정한 링크도 있다. 투명하고 깨끗한 링크가 많아지면 그 사회는 밝고 강해지는 것이고, 불투명하고 부정한 링크가 많아지면 어둡고 약해지는 것이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양면성이다. 그래서 밝은 앞면은 강화해야 하고 어두운 뒷면은 약화시켜야 한다. 이 어두운 뒷면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곧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그런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밝은 앞면을 어떻게 더 강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의 힘은 그 속의 개체들 사이의 투명하고 깨끗한 링크의 확산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런 긍정적 링크는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버클리대의 색서니언 교수가 “사람·문화·연결의 중요성(Importance of people, culture, and connections)”에서 강조한 것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링크의 확산은 사회의 힘이 되고 상승효과를 낸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바라바시 박사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 커뮤니티 내에서 링크를 많이 가진 개체를 네트워크로부터 제거하면 남아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질은 저하되지만, 그 기능이 상실되는 수준은 아니다.

반면, 커뮤니티 외부와 링크를 많이 가진 개체를 제거하면 그 사회적 네트워크는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와해되어 버린다. 이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동작에서 내부 개체들 간의 연결보다는 외부와의 연결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쉽게 이야기 하면, 커뮤니티 내부의 연결은 끊어져도 쉽게 복구되지만, 외부와의 연결은 한번 단절되면 쉽게 복구되지 못한다. 기업을 예로 들면, 관리담당자가 회사를 떠나도 그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영업담당자가 떠나면 회사는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과 같다.

최근 우리 사회에 대두되는 여러 상황을 보면 ‘네트워크 사회’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사뭇 우려되는 면이 있다. 먼저 공무원의 세종시 고립화 현상이다. 이는 공무원 커뮤니티가 외부와 원활히 연결되는 것을 어렵게 하여, 결국 공무원 커뮤니티가 질적으로 저하되는 현상을 초래할지 모른다. 김영란법도 비슷한 우려를 안고 있다. 적용 대상이 되는 커뮤니티가 외부와의 연결 자체를 꺼리게 하여, 그 커뮤니티를 외부와 소원한 내부 끼리끼리의 수준에 머무는 사회적 네트워크로 저하시켜 버릴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앞으로 다가올 ‘네트워크 사회’에 역행할 우려를 보인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요성과 양면성을 이해하면, 그 어두운 뒷면을 약화시키는 것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깨끗한 링크를 권장해 어떻게 밝은 앞면을 강화시켜 나갈지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냥 두고 보면서 시간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기다리면, 우리는 앞으로의 ‘네트워크 사회’에서 뒤쳐져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지 모른다.


최 두 환
포스코ICT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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