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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밤을 잊은 그대, 살 찌고 발암 위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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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경비원, 간호사처럼 심야·교대근무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지속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호르몬 분비가 교란돼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프리랜서 조상희

한밤중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일터나 병원·편의점·식당, 버스·택시….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서 밤낮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심야와 새벽시간 활동 인구도 부쩍 많아졌다. 이렇게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은 산업생태계를 24시간 체제로 바꿔놨다. 그중 서비스업에선 밤샘 작업, 주야 교대근무가 일상화되는 구조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은 건강과 체력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생체리듬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밤을 잊은 우리 몸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건강 해치는 야근·주야 교대근무

직장 은퇴 후 1년 전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은 최희민(58·가명)씨. 요즘 들어 부쩍 심야운전이 부담스럽다. 순간순간 졸음이 쏟아지는 건 물론 집중력과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상황을 떠올릴 때면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1년간 택시운전을 하면서 먹는 약도 늘었다. 고혈압에 만성 소화불량까지 생겼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조경환 교수는 “야간작업이나 밤낮 교대근무는 몸의 호르몬 균형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적응력이 더 떨어져 체중 증가, 만성질환 악화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소방관, 의료인, 경비원, 승무원, 편의점 알바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밤낮으로 일한다. 낮시간 대신 심야나 새벽에만 일하는 사람도 많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중 15.2%가 교대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건강영양조사·노동패널조사·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야간작업 종사자의 규모는 137만~197만 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의 10.2~14.5%다.

호르몬 교란 만성화, 혈압도 상승
밤샘 작업, 밤낮 교대근무는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사람은 누구나 뇌에 생체시계가 있다. 뇌 시계는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생활에 익숙하다. 이 리듬에 맞춰 몸속 세포 하나하나가 활동을 시작하고 마친다. 이 과정에서 신경과 호르몬이 조화를 이루며 순환 리듬을 유지한다. 그러나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지속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체시계가 흐트러지면서 신경계를 교란시키고 결국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살이 찌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일주기 리듬이 깨지면 식욕 호르몬의 분비가 교란되면서 체중 조절하기가 어렵다.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까지 더해져 살이 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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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이 수면장애다.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빛의 자극으로 만들어진다. 낮에 활동하지 않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한 느낌이 덜하다. 이뿐이 아니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교대근무’를 2A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2A군은 발암 위험성이 가장 큰 1군 다음 단계다.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 기름으로 튀긴 음식 등이 2A군에 속한다.

IARC는 교대근무를 발암물질로 분류한 근거로 유방암 연구결과를 꼽았다.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간호사 약 8만 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15~29년 동안 야간 교대근무를 한 간호사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1.08배, 30년 이상 지속한 간호사는 1.3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정윤경 교수는 “밤에 빛에 노출되면 유해물질 제거를 돕는 멜라토닌 분비는 줄고 에스트로겐 생성이 증가한다. 이런 연쇄적인 호르몬 교란이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 들수록 아침형 인간화, 적응력 떨어져
밤샘 근무는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야간에 일하면 교감신경계가 흥분해 혈압이 올라간다. 작업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더라도 잘 회복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보통 잠을 잘 때는 혈압이 떨어지지만 밤새 일하고 돌아와 낮에 자면 이 공식이 깨진다. 심장이 쉬지 못하니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이 되는 것이다. 밤낮이 바뀐 근무환경은 일상생활마저 위축시킨다. 낮에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해야 돼 가족·친구와 함께 보낼 시간이 없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는 “가정과 사회생활의 참여 기회가 줄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밤낮 교대근무를 많이 하는 사람이 우울·불안감을 많이 호소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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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야근, 밤낮 교대근무의 적응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대부분 개인의 기질과 성격에 좌우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편한 올빼미형 인간은 교대근무에 적응이 빠른 편이다. 아침형 인간보다 자유로운 수면 리듬을 쉽게 받아들인다. 반대로 평소 예민하거나 수면무호흡증처럼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생체리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유진 교수는 “40~50대 이후에는 상당수가 아침형으로 바뀐다. 노년층의 야간근무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수면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침 퇴근 때 선글라스 끼고 오후 출근전 20~30분 운동
야근자 건강관리법

자는 법

밤샘 작업 후에는 한번에 몰아서 자기보다 두 번에 걸쳐 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첫 번째는 야간근무 후 최대한 빨리 귀가해 잠을 자고, 두 번째는 야간 출근을 준비하기 직전에 2~3시간 자는 식이다. 야간작업 직전에 자는 ‘예방 수면’은 밤샘 근무 중에 나타날 수 있는 혈압 상승을 예방하고 사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멜라토닌은 잠자기 약 2시간 전부터 분비량이 늘어난다. 눈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미리 차단하면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퇴근길엔 선글라스를 쓰고 집 안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두꺼운 커튼을 친다.

먹는 법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로 사용되지 않으면 체지방으로 저장된다. 아침에 퇴근해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 내장지방이 생기기 쉽다. 또 몸은 음식이 위에서 소화될 때 부담을 느끼므로 수면에 방해가 된다. 먹더라도 저열량, 저탄수화물, 저지방 음식으로 배고픔만 달랜다. 특히 한밤중에는 과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이 시간대가 가장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칼로리가 적은 가벼운 식품을 골라 먹어 소화불량이 오지 않도록 한다. 무엇보다 영양소를 고루 취하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법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스트레스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일할 때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문제는 언제 운동할 것이냐다. 운동을 과하게 하면 피로가 갑자기 몰려와 오히려 업무 수행이 힘들어질 수 있다. 대신에 가벼운 달리기, 수영, 빠르게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일하러 가기 전 20~30분간 하는 게 이상적이다. 잠을 깨고 심폐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 3시간 이내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운동은 신체를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어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카페인 및 조명 활용법
소량의 카페인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적정량은 하루에 커피나 차 1~3잔(혹은 청량음료 1~3개)이다. 밝은 빛은 생체리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일할 때는 가급적 밝은 조명을 켜 각성도를 높인다. 좀처럼 교대근무에 적응하기 힘들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광치료를 할 수도 있다. 인공 빛을 이용한 치료법인데, 밝은 빛을 쏘이는 시간을 매일 뒤로 미루거나 앞당겨 일주기 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

자료: 안전보건공단
도움말: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신예 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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