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고스트 버스터즈` 스틸컷]
여성 중심의 코미디를 공유하는 모임 ‘페미니스트 코미디클럽’이 주축이 돼 이 영화의 단체 관람을 주도했는데, 판매된 티켓이 전량 매진을 기록한 것. 극장이 ‘틀어 주는 대로’ 영화를 봐야 하는 작금의 관람 현실이 과연 최선일까. 단체 관람 당일, 상영관의 뜨거운 열기를 전한다.
오랜만에 ‘피 튀기는’ 티켓팅을 경험했다. 3D 상영의 특성상 앞자리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티켓을 빨리 예매하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페미니스트 코미디클럽 트위터에 관람료 입금 계좌 번호가 뜨자마자 확인해 송금을 완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높은 관람 열기 때문에 내 입금 순번이 100등 안에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일단 좌석을 확보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드디어 보는구나, ‘고스트버스터즈’ 3D!
‘고스트버스터즈’를 처음 본 건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다. 2D 버전으로 봤는데, 곱씹어 볼수록 뭔가 아쉬웠다. 만듦새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허리가 잘려 화면 속에서 어색하게 떠다니는 유령이, 고스트버스터즈 일원인 홀츠먼(케이트 맥키넌)이 빼든 쌍권총의 멋진 프로톤 광선이 어딘가 닿으려다 마는 것이, 거대한 구멍에 빨려 들어간 주인공들이 느낄 만한 감각이 생생하게 전해지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3D 버전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국내 개봉 첫 주 ‘고스트버스터즈’를 3D로 상영한 극장은 단 두 곳. 경북 고령의 대가야 시네마와 전북 임실의 작은별 영화관뿐이었다. 홍보사 관계자가 “극장들이 ‘고스트버스터즈’를 액션 대작이 아닌 코미디 영화로 분류하다 보니 (대작을 주로 상영하는) 3D 상영관을 잘 배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언급한 기사를 접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안일했다.
‘설마, 누가 봐도 3D로 봐야 할 이 영화를 2D로만 상영하다 말겠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스트버스터즈’의 3D 개봉을 요구하는 해시태그(#고버3D상영)가 SNS에서 화제가 됐음에도, 여기에 어떤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응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임실까지 가지 않는 한, 이 영화의 3D 버전은 내 머릿속에서만 재생되리라는 사실을.
이렇게 낙담한 이가 나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페미니스트 코미디클럽에서 극장 대관 형식으로 ‘고스트버스터즈’의 3D 단체 관람을 확정했을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경건히 맞이한 대망의 9월 9일. 메가박스 코엑스 M2관에서 3D 안경을 장착한 후, 나는 이미 본 모든 장면들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보게 되었다.

[사진 `고스트 버스터즈` 스틸컷]
동명 오리지널 시리즈 이후 27년 만에 나온 이 리메이크 버전에 대해 논해야 할 것들은 많다. 이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어떤 점에서 훌륭한지, 몸의 곡선을 강조한 의상 대신 진짜 작업복을 입은 여성 영웅이 왜 필요한지를 우리는 이야기해야만 한다. 한국에서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왜 어떤 영화는 극장들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 창작자가 의도한 본래의 형태로 관람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가. 좋아하는 영화를 원형 그대로 즐기기 위해 관객은 어떤 노력을 했고, 또 뜻하는 바를 어떻게 성사시켰는가. 이번 ‘고스트버스터즈’의 관객 주도적 3D 버전 단체 관람은 앞으로도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글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