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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핵:21세기 이순신과 21세기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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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북핵과 한반도 평화문제는 더욱 결정적인 갈림길에 들어서 있다. 21세기 초엽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안보 및 핵 위기를 노정하고 있는 곳이 한반도다. 한국 (평화) 문제는 늘 세계 (평화) 문제였다. 북핵 문제도 동일하다. 국제사회 밖에 방치되어 있는 동안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군사기술·전쟁능력 폭주는 시급히 제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녕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비록 심대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나 문제가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여도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면 인간은 희망의 씨앗들을 모두 찾아 살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과 평화이론에서 말하는 ‘돌이킬 수 없는 전쟁발발지점’ 직전까지는 최후까지 절대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세계 어느 주요 국가도 아직 북핵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우린 아직 (핵)전쟁에 결코 돌입하지도 않았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세계의 지지 역시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우리는 북핵 인정이라는 비관주의를 넘어 비핵 평화를 향한 궁극적 해결책을 반드시 창안하여 돌파해야 한다. 승리주의에 바탕해 북한 붕괴·흡수 통일·통일대박을 말하던 담론들이 비관론으로 돌변해 북핵 인정·남핵무장·핵대치를 주장하는 전환은 이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남핵무장론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한·미 동맹, 전시작전권 미국 보유, 한·미 미사일협정,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 원자력 발전용 우라늄 100% 수입 등의 상황에 비추어 실현 가능하지조차 않다.

 한반도 비핵 평화에 대한 비관론들은 늘 인도·이스라엘·파키스탄의 경로를 예거한다. 그러나 국제노력·조건교환·자기결단에 의해 핵을 중단·포기·폐기한 국가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한·대만·이란·아르헨티나·브라질·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사례들에서 보듯, 위 세 나라보다 훨씬 더 많다. 심층연구가 꼭 필요한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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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장구하고 집요한 핵 개발 의지와 전략에 맞선 우리의 비핵 평화의 결기와 노력이 과연 그들보다 더 크고 일관되며 더 절실했는지 물어야 한다. 이때 ‘우리’는 세계와 한국을 말한다. 자국 이익을 타산한 세계는 당연히 더 작았다. 한국은 과연 더 컸는가? 북핵 위기 사반세기 동안 진보와 보수는 각각 자기 진영 정책을 고수하느라 또는 국내 정치를 위해 서로를 비판하는 동안 북핵 악화를 방임한 책임에서 자유로운지 성찰해야 한다. 현금의 북핵 악화는 진보와 보수의 실패를 넘어 대한민국(정책)의 실패가 아닌가? 진보-보수를 넘는 대한민국의 (북한·한반도) 비핵평화 공존정책을 꼭 창출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함께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의 사반세기 북핵 정책 전체를 총 복기·총 검토해 악화의 정확한 요인과 지점들을 포착해내는 것이다. 나아가 분단 이래 한반도 전쟁 국면과 핵 위기를 돌파했던 1953년의 정전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성공 요인과 과정에 대한 심층 비교 탐색이 필요하다. 이 세 난국을 최종 돌파한 공통 기축 요인은 북한 견인과 대화, 미국의 최종 담보, 한국의 역할 증대다. 북핵 폐기를 포함한 한국 평화 문제는 한반도 군사안보 문제의 본질상 이 요인들의 결합 방식에 해답이 놓여 있다. 미국의 최종 담보 및 한국의 역할 증대를 지혜롭게 결합할 때 북핵 현책은 찾아질 것이다.

 북핵은 중대 위기지만 우린 반드시 넘어설 수 있다. 20세기 식민 경험 국가 중 우리처럼 발전한 나라는 아직 없다. 또 53년의 절대폐허 앞에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 몇몇 산업과 첨단기술은 세계 선도 발전을 이룩했다. 아니, 우린 누천년 중화제국 곁에서 모두가 복속될 때에도 희귀하게 독립국가를 유지해온 예외적 초장기 생존 능력을 보여주었다. 세계와 동아시아를 격변시킨 동아시아 7년전쟁, 청일전쟁, 한국전쟁의 참화 때도 늘 다시 일어서곤 했다. 선조들의 눈물 어린 그 기개와 저력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린 한국전쟁처럼 우리와 세계 청년들을 무수하게 죽음으로 내몬 오류와 죄를 지금 다시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근대 이전과 이후의 두 최고 영웅 이순신과 안중근은 전쟁과 망국으로 돌입한 죄를 “나라를 욕되게 하였다” “한국 인민 된 죄”라며 자기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들을 최고 영웅으로 만든 놀라운 근본 인식이었다. 우리의 지도자들과 우리 자신들은 이 땅과 세계와 우리 자녀들이 핵대결과 핵전쟁의 참화로 빠져드는, 그리하여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죄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가 각자 앞선 죄의식을 갖는 21세기 이순신, 21세기 안중근이 되어 영구비핵평화를 향한 지혜를 함께 궁구하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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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