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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5만개 기술제국…R&D 방해될라 상장 안한 런정페이

화웨이 R&D 인력 8만…“5년 내 삼성 따라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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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

화웨이는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력, 이를 통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무서운 성장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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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화웨이가 최근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자사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고, “5년 안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겨보겠다”며 도발한다. 설립 30년이 되지 않아 세계 통신장비 1위, 스마트폰 3위로 성장한 화웨이의 저력은 뭘까. 중국 선전의 본사와 외곽의 생산 공장을 찾아 살펴봤다.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72·사진) 회장은 독특한 경영 철학과 지배구조, 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 R&D 투자로 ‘특허 굴기’를 이뤘다. 화웨이의 R&D 인력은 7만9000명으로 삼성전자(6만5000명)보다 1만 명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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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시 화웨이 본사의 R&D 센터엔 ‘특허의 벽’이 있다. 270여 개의 국제특허증이 전시돼 있다.

#벽 한 면이 세계 각지에서 취득한 270여 개 특허증으로 도배돼 있다. “실제로 보유한 국제특허는 200배 정도(5만377건, 지난해 기준) 된다”고 안내 직원이 설명한다. 지난달 말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시의 화웨이 본사 연구개발(R&D) 센터. 기술전시관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은 ‘특허의 벽’이다. 지난해에만 매출의 15%(92억 달러, 10조2200억원)를 R&D에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특허(3898건, 세계지적재산권기구 기준)를 신청한 화웨이가 가장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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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높이 10m가 넘는 아파트형 부품 창고에도, 부품이 벨트를 타고 움직여 투입되는 조립 라인에도 사람은 없다. 로봇이 부품을 꺼내 벨트에 올려놓는다. 생산 라인에선 통신장비의 인쇄회로기판(PCB)이 조립과 테스트 공정을 혼자 넘나들며 자동으로 조립된다. 선전에서 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둥관(東莞)시의 화웨이 송산호 공장. “한 층 크기가 2만5000㎡인데 근무자는 300명도 안 될 정도로 자동화돼 있다”고 직원 왕민웨이(王民偉)가 설명했다. “도요타의 린 프로덕션(절약형 생산방식)을 적용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벽에는 미국 GE가 확산시킨 식스시그마 품질관리지수가 적혀 있다. “중국식 문화에 서양식 경영 제도를 얹었다”고 해서 ‘중국식 다국적기업’으로 불리는 화웨이의 생산 현장은 글로벌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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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다. 독특하다. 열려 있다. ‘특허 공룡’ 화웨이 중국 본사의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다. 화웨이는 1987년 선전의 한 아파트에서 5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회사다. 창업 24년 만인 2012년 140년 역사의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손을 제치고 통신장비 세계 1위에 올랐다. 자체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낸 게 2010년, 6년 만에 세계 3위로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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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R&D 투자는 화웨이가 고수하는 제1 원칙이다. “매출의 10% 이상을 반드시 R&D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608억 달러, 67조여원)은 삼성전자(200조여원)의 3분의 1도 안 되지만, R&D 인력(7만9000명)은 삼성전자보다 1만 명 이상 많다. 세계 16곳에 R&D 센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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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R&D 투자가 가능한 건 화웨이의 종업원지주제 덕분”이라는 것이 조이 탄 화웨이 커뮤니케이션 담당 대표의 설명이다. 화웨이는 “기업 성장을 위해 상장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상장사는 주주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단기 이익을 좇고, 멀리 내다보는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2) 회장은 기관투자가들을 데리고 본사를 찾은 모건스탠리 임원을 만나주지 않은 일화로 유명하다. "투자를 받지 않을 건데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런 회장은 화웨이 지분을 1.4%만 갖고 있다. 나머지 98.6%는 6만 명의 종업원들이 나눠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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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만 파는 보수적 사업 구조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화웨이의 사업 부문은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캐리어 비즈니스 ▶클라우드·서버 등 기업용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제공하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스마트폰 등 단말기를 만드는 컨슈머 비즈니스로 나뉜다. 정보를 입력(스마트폰)하고 이를 연결(통신장비)시킨 뒤 최종 처리(ICT 인프라)하는 이른바 ‘정보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많은 전자회사가 IT 기술력을 발판으로 빅데이터나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들지만 화웨이는 “하드웨어에만 집중한다”고 공언한다. 캘빈 딩 화웨이코리아 지사장은 “보수적인 화웨이의 문화는 ‘거북이 정신’으로도 불린다”고 소개했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눈앞에 보여도 좀처럼 확장하지 않는다. 섣불리 사업을 벌이다 핵심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딩 지사장은 말했다.

이렇게 독특한 문화의 화웨이를 글로벌 회사로 키운 건 역설적으로 서양식 혁신이다. 화웨이는 1997년부터 14년간 IBM의 컨설팅을 받아 제품 개발·생산 공정을 싹 뜯어고쳤다. “서양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서양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신발론’이다. 혁신 운동에 반발하는 직원들에겐 “발을 잘라서라도 신발에 맞추라”고 런 회장은 주문한다.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기술 자립’이 중국 ICT 기업에 큰 자극이 될 거라고 내다본다. 중국 IT 시장 전문가인 조상래 플래텀 대표는 “보통 M&A를 통해 기술을 통째 사들이는 중국 기업과 달리 기초과학부터 응용 기술까지 직접 개발하는 화웨이는 한국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회사”라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무서운 성장세가 중국 산업계 전체에 큰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1944년생. 충칭 건축공정학원을 졸업하고 74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엔지니어로 복무했다. 87년 자본금 2만1000위안(현재 가치로 약 360만원)으로 화웨이를 세웠다. 역사·문화·철학 방면의 지식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경영철학을 세운 ‘사상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선전=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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