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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화재’ 영웅…“싸이 노래 아버지 즐겨 불러”

지난 9일 새벽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한 남성이 서울 서교동 5층짜리 원룸 건물 밖을 급히 빠져나왔다. 잠깐 서성이던 남성은 이내 다시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 남성은 화마(火魔) 속에서 이웃들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고(故) 안치범(28)씨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안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건물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공개했다. 안씨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9일 오전 4시쯤 발생했다. 동거녀의 이별 통보에 20대 남성이 ‘홧김에’ 저지른 방화였다. 안씨는 불이 난 직후 빠르게 탈출했지만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새벽 시간에 자고 있을 이웃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서였다. 안씨의 초인종 소리를 들은 이웃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하지만 정작 안씨는 5층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졌고 20일 오전 숨을 거뒀다.

21일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아버지 안광명(62)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행정고시(21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장,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등을 지낸 그는 “오늘따라 4년 전 노래방에서 치범이가 불러준 싸이의 ‘아버지’ 노래가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목소리가 좋아 성우를 꿈꾸던 안씨는 대학 졸업 뒤 성우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아버지 안씨는 “누나 둘이 해외에 있어 치범이가 더 부모를 살뜰히 챙겼다. 화재 전날(8일) 마지막 통화에서도 나와 아내가 중국 상하이에 가는데 ‘공항까지 태워다 드리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유족들은 마포구청에 안씨에 대한 의사자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아버지 안씨는 “슬프지만 아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의사자 신청은 우리가 치범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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