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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한진사태·콜레라, TK는 사드·지진…뒤숭숭한 영남

“정부나 여당 얘기는 이제 못 믿겠다 아입니꺼. 원전이 안전하긴 한 건지,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21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종남(53)씨는 하소연부터 했다.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지진이 더 두렵다는 김씨는 “대안 없는 이 나라를 떠나는 것밖에 방법이 없나, 별생각이 다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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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을 덮친 건 지진 말고 또 있다. 콜레라에 대한 불안감이다. 자갈치시장 한재복(41)씨의 점포에는 구경 삼아 기웃거리는 일본 관광객 2명 외에는 오전 내내 찾는 손님이 없었다. 한씨는 “보통 전어를 하루에 4~5㎏씩 팔았는데 요새는 1㎏도 못 팔고 가예. 남으면 우리끼리 저녁에 썰어 묵고…”라고 말했다. 그는 “콜레라 때문에 우린 다 놀고 앉았는데 정부는 아무 대책도 없잖아예. 내년에 저는 투표 안 할거라예”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이었던 영남권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9일 김관용 경북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공교롭게도…”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지진, 울릉도 폭우, 사드 문제에 경남엔 콜레라도 발생해 지역민들이 마음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주를 진앙으로 하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이 지역에 밀집한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 등의 불안감이 새누리당과 정부에 대한 영남권 민심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6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7월),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와 거제도 콜레라 발생(8월)까지 악재가 잇따랐다. 내년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한파까지 현실화된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가장 두텁다는 대구 민심도 심상치 않다. 이날 KTX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익진(68)씨는 “내년 대선? 투표 안 할랍니다. 그 자리에 가면 다 똑같다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문시장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전영선(29·여)씨는 “전에 같으면 무조건 한나라당(새누리당)이라면 다 찍는데 지금은 대구 사람들도 안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있었던 6월 4주차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대구·경북(TK)에선 전주(37%) 대비 15%포인트 오른 52%가 나왔다. 긍정 평가는 3%포인트 하락한 37%였다.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7월 3주차에는 부정 평가가 52%,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된 8월 마지막 주엔 51%였다. 여권의 한 인사는 “대구 택시기사들 사이엔 최근 ‘정부가 원전을 멈추지 않으려고 경주에서 더 강한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실제론 강도를 줄여 발표했다’는 괴담까지 돌았다”며 “여론조사에 잡히는 수치보다 실제론 민심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20대 총선(4월 3주차) 이후부터 최근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최저 45%에서 최대 56%까지 50% 안팎이었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9월 2주차 조사에선 부정 평가가 55%였다.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장덕현 부장은 “안 좋은 이슈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대선에서 민심이 어떻게 흐를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훈(부산 남갑) 새누리당 의원은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전에 비해 한진해운·지진·원전 등에 대한 걱정이 많고 (여권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은 21일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경주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의원 등 부산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경 30㎞ 내 300만 명의 인구 밀집 지역’에 원전 추가 건설을 금지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박유미 기자, 대구·부산=채윤경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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